[명상컨퍼런스 2일차] 교육, 의료, 식습관… 명상 효능 '다양'

2025-09-26     신중일 기자

동국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소장 정도 스님)가 주관하는 제6회 서울국제명상엑스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명상 국제 컨퍼런스’가 9월 25~26일 동국대 본관 남산홀에서 열렸다. 컨퍼런스에서는 세계적인 명상 전문가와 해외 석학 6명·국내 석학 3명이 참석해 최신 명상 연구들을 공유했다. 컨퍼런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9월 26일 둘째 날 세션인 ‘명상의 사회적 가치’에서는 데이비드 바고 국제명상연구학회장, 에밀리아나 사이먼-토마스 UC버클리대 그레이터 굿 사이언스 센터 과학 디렉터, 전미선 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명예교수, 진 크리스텔러 인디애나주립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해롤드 로스 브라운대 종교학과 교수가 교육·의료·식습관 등에서 명상 수행을 통한 정신·육체적 효과를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데이비드 바고 회장이 ‘명상을 통한 자기변화’를 발표하고 있다. 

명상, 행복 증진 위한 방편
데이비드 바고 회장은 ‘명상을 통한 자기변화’에서 명상 훈련을 통한 자아의 발달적 변화를 과학적으로 조명했다.

바고 회장은 자아를 집의 구조에 빗대어 설명했다. 집 안에 부엌, 침실, 거실, 식당처럼 각기 다른 용도가 있듯이 우리도 세상에서 부모, 친구, 직원 등 다양한 역할과 필요를 가지고 살아간다. 집에 우리가 채워 넣는 물건들은 ‘나의 것’이라 여기는 물질적 소유물이다. 이를 붓다의 관점으로 본다면 “‘나-마음 복합체’라는 집착을 낳”고 이 같은 집착은 “자아와 타자의 분리를 낳고, 내적·외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게 바고 회장의 설명이다.

신경생리학 모델 중 시간측정학(chronometry)에 따르면 의식은 시간 구조 속에서 발생하며, 뇌는 수백 밀리초 단위로 사건을 처리해 의식을 생성한다. 약 500밀리초마다 신체 감각 처리에서 개념적 평가·해석, 기억·예측 모델·행동 반응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는 연간 약 6300만 번 발생하며 자아 정체성을 구축한다. 이 누적된 경험이 지금의 ‘나’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바고 회장은 “이는 불교의 아뢰야식 모델과도 연결된다. 대상과 접촉-느낌(수)-지각(상)-주의의 이동-의도라는 흐름과 유사하기 때문”이라며 “‘자아화(selfing)’ 과정이 잘못될 때 우리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을 겪는다. 이는 정신뿐 아니라 신체질환까지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고통의 씨앗을 행복의 씨앗으로 전환하려면, 그것들이 모두 의식의 발현임을 깊이 보고 알아차려야 한다”는 팃낙한 스님의 금언(金言)을 상기한 바고 회장은 “우리 내면에 있는 행복의 씨앗을 길러야 한다”면서 명상 수행을 제안했다.

그는 “명상은 분노, 불안, 두려움 같은 감정을 ‘생각’ 또는 ‘감각’으로 라벨링하도록 돕는다”면서 “명상을 하면 반응성을 줄이며 ‘거리두기(탈동일시)’가 일어난다. 이는 심리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바고 회장은 명상이 노화로 인한 뇌의 위축을 지연시키고 친사회적 행동과 자비심을 증진함을 기존 연구를 통해 소개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명상 수련자는 타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았다.

명상은 자기 자비(self-compassion)을 증가시키고 반추를 감소시키며 신체 자각을 높인다는 결과도 확인됐다. 자기 자비는 우울·불안·스트레스를 줄이고 운동, 식습관, 수면 개선 등 건강 행동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바고 회장은 “명상은 전두-두정 제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친사회적 행동을 늘리며, 자기 초월과 치유를 가능케 한다”면서 “명상은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증진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 사정으로 현장에 참석 못한 에밀리아나 사이먼-토마스 디렉터가 온라인으로 강연하고 있다. 

인간은 친철을 위해 진화했다
‘친철챙김을 찾아서:친사회적 실천이 어떻게 건강과 웰빙을 증진하는가’를 주제 발표한 에밀리아나 사이먼-토마스 디렉터는 영국 출신 테라와다 승려인 아잔 브람(Ajahn Brahm) 스님에게서 차용해온 개념인 ‘친절챙김(Kindfulness)’을 바탕으로 UC버클리 그레이터 굿 사이언스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했다.

사이먼-토마스 디렉터가 예를 든 ‘사회적 기준선 이론(Social Baseline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세상을 더 수월하게 헤쳐 나갈 수 있으며 오히려 고립은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 실제 임상적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연결성이 높을수록 뇌졸중, 천식, 심장병, 기관지염 같은 질환의 발생 확률이 줄어들고 반대로 사회적 고립은 모든 원인 사망률을 50% 증가시킨다.

사이먼-토마스 디렉터는 “인간은 본래 ‘친사회성(prosociality)’을 지닌 종이다. 인간은 취약한 후손을 돌봐야 했기 때문에, 보상이나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도 돌봄을 지속하도록 진화했다”면서 “갈등 후 화해·협력해 공동의 목표를 이루고 문화와 도덕을 형성하는 능력은 모두 ‘친사회성’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경과학적으로도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영역,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도울지를 판단하는 전전두엽 영역, 보상과 즐거움을 느끼는 보상계 등이 그 예”라며 “이처럼 관대함과 친절은 인간의 본능적 충동이며 ‘친절’이 자기 삶의 의미와 성취감을 높이는 데 가장 큰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런 이론들을 바탕으로 그레이터 굿 사이언스 센터는 ‘그레이터 굿 인 액션(Greater Good in Action)’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며 ‘친절챙김’을 삶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더불어 ‘빅 조이 프로젝트(Big Joy Project)’라는 7일 프로그램과 ‘패스웨이 투 해피니스(Pathway to Happiness)’라는 4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긍정 정서 증가, 스트레스 감소, 건강 개선, 수면 질 향상 등의 효과가 나타났으며 젊은 층이나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 큰 효과를 경험했다.

사이먼-토머스 디렉터는 “친절챙김은 마음챙김과 친절이 만나는 지점이며, 이를 위한 작은 실천들이 우리의 건강과 웰빙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킨다”며 “마음챙김과 친절, 그리고 친사회성은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전미선 명예교수가 ‘암 생존자에서 심신요법(명상)의 적용: 진료실에서 호스피스 완화 의료까지’를 발표하고 있다. 

명상, 의료 현장서 활용 가능
전미선 명예교수는 ‘암 생존자에서 심신요법(명상)의 적용: 진료실에서 호스피스 완화 의료까지’를 통해 명상이 암 환자를 포함한 현대인의 건강관리와 치유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여러 임상 경험을 근거로 소개했다. 특히 전 명예교수는 ‘전인 건강(Whole Person Health)’의 관점에서 환자 개인을 둘러싼 가족, 사회, 나아가 의료진과의 관계까지 포괄적으로 살펴야 함을 역설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과거 보완·대체의학(CAM)으로 불렸던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은 단순히 환자 치료뿐 아니라 생활습관, 사회적 관계, 의료진과의 상호작용까지 포괄하는 전인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연구와 센터 설립이 활발히 진행되었고, 침술·마사지·명상 등이 널리 활용 중이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정서와 감정들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역설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만성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은 염증 수치를 증가시키고 종양 미세환경을 변화시키며 전이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에도 영향을 준다. 감정 억압 역시 질병 발병 위험을 높이며 암 발생에도 관련된다는 보고도 있다는 게 전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능력은 건강 유지에 핵심적이며, 명상이 이를 돕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상은 좌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가·태극권·기공 등 무브먼트 메디테이션, 점진적 근육이완, 바디 스캔, 글쓰기 치료 등도 효과적”이라며 “호흡을 길게 내쉬는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불안을 줄이고 신체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이뤄지고 있는 통합의학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13개 지역 암센터에서는 환자의 불안, 우울, 피로, 불면증 관리를 목표로 이완 명상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에는 온라인으로도 이뤄지고 있다.

전 교수는 “1990년대 초반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40%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조기 검진과 치료법 발달로 70% 이상에 이른다. 전이성 암에서도 일부 환자의 생존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하지만 장기 생존이 가능해진 만큼 통증, 피로, 불면, 불안 같은 만성적 문제를 다루는 ‘통합지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명상과 다양한 심신 요법은 환자과 가족의 삶의 질과 예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 크리스텔러 인디애나주립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마음챙김과 마음챙김 먹기: MB-EAT, 현명하고 건강한 자기조절의 길’을 발표하고 있다. 

명상으로 식이조절 해볼까
진 크리스텔러 인디애나주립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마음챙김과 마음챙김 먹기: MB-EAT, 현명하고 건강한 자기조절의 길’을 주제발표하고 ‘마음챙김 기반 섭식 알아차림 훈련(MB-EAT)’ 전반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실습을 진행했다.

크리스텔러 명예교수는 현대인의 식습관이 몸의 배고픔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음식이 보이기 때문에 먹는 조건화된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같은 ‘마음을 두지 않는 식습관’은 과식과 불균형적 식사를 유도해 비만을 촉박하고, 사람들은 다이어트 윤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게 크리스텔러 명예교수의 분석이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알맞은 식이조절은 필수인데, 크리스텔러 명예교수는 ‘마음챙김기반 섭식 알아차림 훈련’을 소개했다. 소위 ‘마음챙김 먹기’는 배고픔·포만감·맛·감정 등 신체·정서 신호를 자각하며 식사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느끼는 배고픔이 정말 필요한 신체적 배고픔인지 다른 유인들이 있는지를 잠시 멈추고 확인하는 데 초점을 둔다. 또한 스스로 양보다 질에 섭식에 중점을 두도록 이끌어 낸다.

실제 미국국립보건원에서 시행한 임상실험에서도 ‘마음챙김 먹기’를 실행한 실험군은 평균 3.6kg의 체중이 감량했고, 증가한 사람은 없었다. 폭식장애 척도와 인지적 절제들도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크리스텔러 명예교수는 “마음챙김 먹기는 체중감량만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양보다 질’ 원칙과 짧은 명상 실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식습관과 자기수용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서 “이를 통해 폭식장애 증상의 완화와 정서·영적 안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해롤드 로스 브라운대 종교학과 교수가 ‘북미 대학의 성찰학에서 명상의 의미’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대학 교육 내 명상 활용 방안은
마지막 연사로 나선 해롤드 로스 브라운대 종교학과 교수는 ‘북미 대학의 성찰학에서 명상의 의미’를 통해 ‘성찰학’ 전반에 대한 소개와 이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공유했다.

‘성찰학’이라는 학제를 북미 대학에 처음 도입한 로스 교수는 그 사상적 기반과 영감의 원천이 두유명 베이징대 고등인문연구원장, 왕양명, 윌리엄 제임스, 니사다 기타로 등에 있음을 밝혔다. 특히 니시다 기타로의 ‘개인이 있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개인이 성립한다’는 ‘순수 경험’의 관점을 중시했다. 이는 주체나 객체를 넘어 자아의 탈중심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로스 교수는 25년 전부터 대학에서 관상적 실천을 병행하는 수업을 도입·운영했다. 성찰학의 주요 분야는 △과학 △인문학 △창조 예술 전반을 다루며 현재는 브라운대학 내 독자적 교수법을 갖춘 정규 학부로 자리매김했다. 주요 과목들을 살펴보면 선(禪)을 비롯해 참여불교, 불교명상의 이론과 실천, 인지생명과학과 명상 등이 분야도 다양하며 모든 과목은 명상 실습을 기본으로 한다.

명상이 특정 종교의 전파로 오인될 수 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비판적 일인칭 학습’ 원칙을 강의계획서에 명시한 것도 특징이다. 로스 교수는 “이는 신념 전제 없이 3인칭 텍스트 분석, 1인칭 실습, 경험에 대한 비판적 토론을 결합하는 접근”이라며 “참여가 곤란한 학은 동등 가치의 대체 과제를 선택할 수 있으나 이를 선택한 사람은 2명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찰학의 교육 목표로 로스 교수는 ‘성찰적 지능(Contemplative Intelligence)’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로스 교수는 “‘성찰적 지능’은 학생들에게 무인칭·일인칭·이인칭·삼인칭 인식론의 통합을 통해 주의 집중 역량을 배가하고 21세기 변화하는 직업 환경과 대학원 진학 등에 필요한 기초 역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