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일기] 실천 중시·다양성 갖춘 합리적·논리적 종교, 불교

2025-09-26     송산하/ JustBe 홍대선원 프로그램 파트장

저는 모태 불자가 아닙니다. 불교를 처음 접한 건 2019년 대학에서 ‘불교철학의 이해’란 수업을 들으면서였습니다. 친구의 권유와 단순한 호기심으로 수강한 수업에서 아쉽게도 ‘C+’란 성적을 받았지만, 제게는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론보다 걷기 명상, 호흡 명상, 자비 명상 등 명상을 매번 30분씩 진행하셨습니다. 명상 자체는 간단했지만, 집중하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수업은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명상’과 연결 지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2020년 해군 입대 후 2021년부터는 진해 해군 부대 안에 있는 해안사(海安寺)를 매주 찾았습니다. 코로나 시기라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 자연스레 스님과 독대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법회 대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고, 스님께서는 어려운 이론을 설명하기보다는, 제 이야기를 들어 주셨습니다. 당시 힘들었던 제게 그 시간은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제가 다닌 중·고등학교는 기독교 학교였습니다. 매주 의무적으로 예배를 드렸는데 기독교인이 아닌 학생들까지 참여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이해되지 않았고, 졸거나 떠들면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안사에서는 달랐습니다. 스님은 제 이야기를 들어 주기 위해 법회를 진행하지 않으셨고, 질문에 답해 주시며 제 생각을 채워 주셨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저는 불교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종교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지식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행동의 변화를 강조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2022년 복학 후 ‘명상과 수행’이란 수업을 들었습니다. 당시 60명이었던 수업은 현재 100명 정원의 수업이 두 개나 운영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이 수업은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여러 종교의 명상법을 비교하며 명상이 특정 종교의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을 수련하는 보편적인 방법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습니다.

이 강의의 과제는 자신만의 명상법을 개발하고 명상 일지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가수 혁오의 노래 ‘New born’을 2~3번 반복해서 듣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8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기타 리프가 반복되는 구조에 다양한 악기 소리가 결합된 형태였습니다. 저는 기타 소리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명상했습니다. 

​송산하/ JustBe 홍대선원 프로그램 파트장

이처럼 자신만의 명상법을 개발하고 다른 학우들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명상이 특정한 형태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성을 포용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세 가지 경험으로 저는 불교와 명상·수행에 대한 나름의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불교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실천을 강조하고 다양성을 갖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이후 불교동아리 회장 활동과 홍대선원과의 인연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불교동아리 회장으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