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공 스님의 강의] 37. 십악륜 (4)의 주요 내용

깨달음 위한 희생과 수행자 박해의 업보 

2025-09-26     법공 스님/ 경주 송림사 주지

<지장십륜경> 제4권의 무의행품 제3장, 제2의 연속선상에서, 이번 호에서는 ‘십악륜’ 중 ④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이 가운데 재미있는 이야기로 ‘육아상왕인연’이 삽입돼 있습니다.

④“선남자야, 파계악행의 비구가 이같이 법을 벗어난 중죄를 지었더라도, 나의 법에 의해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행동의 위의가 성현들과 같으면, 국왕, 대신, 속인들이 세속의 바른 법에 의해 곤장으로 때리거나 감옥에 가두거나 사지를 찢거나, 목숨을 끊는 것을 나는 허락하지 않는다. 하물며 비법에 의함이겠느냐? 

국왕, 대신, 속인 등이 만일 이렇게 한다면 큰 죄를 얻어 무간지옥에 떨어질 것이며, 계율을 깨뜨린 악행비구에게도 그렇게 나무라거나 벌을 주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계율을 잘 지켜 진실하고 선한 행자에게야 어떻겠느냐?

선남자야, 어떤 비구가 여러 무거운 성죄 가운데 한 가지를 범하기만 해도, 그를 계율을 깨뜨린 악행비구라 하지만, 화합한 스님네 속에서 얻은 율의는 그래도 끊어지지 않고, 그가 배운 계율을 버렸더라도 깨끗한 법의 향기가 그를 따르고 있으므로, 율의가 없는 저 국왕 대신이나 속인들은 그를 경멸하거나 꾸짖거나 벌을 주지 못한다. 

이런 비구는 비록 법의 그릇이 아니요, 거룩한 법을 잊어 청정한 대중을 더럽히며, 사문의 법다운 일을 파괴하기에 모든 스님에게 주는 물건까지도 받아 쓰지 못한다고 하지만, (내가) 친히 가르친 화합한 스님네 속에서 얻은 율의를 버리지 않았기에, 일체의 속인들보다 나으니라. 성죄를 지은 자여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그 외의 사소한 차죄를 지은 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그러므로 국왕, 대신, 속인들이 그를 경멸하거나 꾸짖거나 벌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육아상왕인연(六牙象王因緣)
“선남자야, 옛 가사국(인도 베나라스의 카시국)에 범수(梵授)라는 왕이 하루는 백정에게 명령했다. ‘설산 변두리에 ‘청련목’이라는 큰 코끼리 왕이 있는데, 그는 여섯 개의 어금니를 지니고 있다. 너희는 가서 그 이빨을 뽑아 오너라. 만일 가져오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리라.’

그리하여 그들은 목숨을 건지려고 활과 화살을 가지고 붉은 가사를 입고, 거짓으로 사문의 형상을 하고서 코끼리가 사는 설산의 주변에 이르렀다. 그때 한 어미 코끼리가 멀리서 활과 화살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고 두려워 코끼리 왕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대천(大天) 님, 어떤 사람들이 화살을 들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장차 죽는 것이 아닙니까?’ 코끼리 왕은 이 말을 듣고 바라보니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은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왕은 어미 코끼리에게 말했다. ‘저들은 항하의 모래 수같이, 수많은 부처님 법의 당(幢) 모양을 차렸나니, 모든 악을 떠나 반드시 중생을 해치지 않으리.’ 어미 코끼리는 게송으로 답했다. ‘저들이 비록 법복을 입은 줄은 알지만, 활과 화살을 가졌나니 저 나쁜 백정들은 악을 좋아하고 자비심이 없으리.’

코끼리 왕은 말했다. ‘가사를 한 모양만 봐도 자비심의 근본임을 알 수 있네. 저들은 부처님께 귀의한 자로서,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리라. 어머님은 의심을 품지 말고 마음을 평안히 가지십시오. 법복을 입은 사람은 생사의 바다를 건너고자 원합니다.’

그때, 백정들은 독화살로 코끼리 왕의 심장을 쏘아 맞혔다. 어미 코끼리는 그것을 보고 소리 높여 울부짖으며 목메어 게송으로 말했다. ‘이 법의(法衣)를 입은 사람들, 진실로 부처님께 귀의하였으랴? 그 위의는 고요하지만 독하고 악한 마음 품었구나. 저들을 빨리 짓밟아 목숨의 뿌리를 끊어 원한을 풀어 주시오. 대천의 몸을 쏘았기 때문이오.’ 

그때 코끼리 왕은 답했다. ‘차라리 이 목숨 버릴지언정 악한 마음을 내어서는 안 되리. 그들이 간사한 마음을 품었더라도 부처님 제자 모양이거니, 지혜로운 사람은 목숨을 위해 청정한 마음을 깨뜨리지 않고 모든 유정들을 제도하기 위해 언제나 보리 행을 익히네.’ 

그때 코끼리 왕은 백정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그들이 말하길, ‘우리는 너의 이빨이 필요하다.’ 코끼리 왕은 기뻐하며 곧 이빨을 뽑아 그들에게 주며 말했다. ‘나는 지금 흰 이빨을 너희에게 주지만, 아무런 분노나 원한, 아까워함도 없다. (이빨)을 보시한 이 복으로 장차 부처를 이루어 모든 중생의 번뇌 병 없애기를 원하노라.’

선남자야, 마땅히 이렇게 관찰해야 한다. 과거의 코끼리 왕은 비록 축생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를 구하기 위해 그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버렸고, 가사 입은 사람을 존중했으며, 그가 원수일지라도 보복을 하지 않았다. … 그런데 미래 세상의 포악한 왕과 재관 등은 실로 어리석으면서도 총명하다고 교만한 마음을 품는다. 그리고 세간을 속이며 후세의 괴로운 과보를 두려워하지도 않아, 나의 법에 출가한 이로서 법의 그릇이든 아니든 그들을 괴롭히고 꾸짖고 곤장으로 때리며 감옥에 가두고 목숨을 끊는다. 그것은 삼세의 모든 부처님에게 큰 범죄를 짓는 것으로 반드시 무간지옥에 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