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컨퍼런스 1일차] “명상이 건강‧행복 바탕”

2025-09-26     신중일 기자

동국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소장 정도 스님)가 주관하는 제6회 서울국제명상엑스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명상 국제 컨퍼런스’가 9월 25~26일 동국대 본관 남산홀에서 열린다. 컨퍼런스에서는 세계적인 명상 전문가와 해외 석학 6명·국내 석학 3명이 참석해 최신 명상 연구들을 공유하고 대중에게 소개한다. 컨퍼런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동국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가 주관하는 제6회 서울국제명상엑스포 하이라이트 행사인 ‘명상 국제 컨퍼런스’가 9월 25~26일 동국대 본관 남산홀에서 열린다.

9월 25일 첫째 날 세션인 ‘명상과 정신건강’에서는 릭 핸슨 UC버클리대 그레이터 굿 사이언스 센터(Greater Good Science Center) 수석연구원, 동국대 종학연구소장 정도 스님, 권준수 한양대 의과대학 석좌교수, 에릭 룩스 브라운대 마음챙김센터 소장이 참여해 명상이 개인의 마음치유를 넘어 근거기반 정신건강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데이터와 사례를 기반으로 발표했다.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명상은 수행이자 과학이며, 학교·의료·지역사회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실천 도구라는 것이다.

개인 사정으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릭 핸슨 수석연구원이 온라인으로 발표를 하고 있다. 

그대의 ‘내적 자원’을 길러라
‘평온, 행복, 자비심을 키우는 알아차림 수행’을 주제 발표한 릭 핸슨 수석연구원은 현대인들이 번아웃과 불안, 우울을 호소하는 이유로 뇌가 위험 신호에 과잉 반응하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를 꼽았다.

핸슨 연구원은 “인류 진화 과정에서 나쁜 일을 피하는 것이 좋은 일을 얻는 것보다 생존에 더 긴급했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나쁜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됐다”며 “그런 이유로 우리는 하루에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좋은 일이 있었더라도, 잠자리에 들 때는 주로 한 가지 나쁜 일을 떠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부정성 편향’은 반복적 악순환을 만들며, 동시에 좋은 경험을 충분히 내면화하지 못하기에 마음수행이 필요하다는 게 핸슨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대로 두기(Let be), 놓아버리기(Let go), 받아들이기(Let in)’를 마음 수행의 방법으로 제안했다.

핸슨 연구원은 자애(mettā)·알아차림(sati)·수행 성장(bhāvanā)의 ‘세 다리 의자’가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강조하며 이 중 자신에게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살필 것을 조언했다. 그는 “과학과 심리학, 불교 전통 모두에서 강조하는 바와 같이, 자비·감사·회복탄력성·내적 주체성 같은 ‘내적 자원(Inner strengths)’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핵심은 ‘경험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좋은 경험이 스쳐 지나가버리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마음속에 새겨 넣는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뇌의 신경망은 점차 변화하고, 구조적·기능적 회복이 일어나며, 결국 더 큰 평화와 행복, 사랑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종학연구소장 정도 스님이  ‘선(禪), 하나 되는 길: 동국대 명상 교육과 비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동국대, 선사상 기반 교육 전개
종학연구소장 정도 스님(동국대)은 이날 세션에서 ‘선(禪), 하나 되는 길: 동국대 명상 교육과 비전’을 주제로 발표했다. 스님은 △달마 대사의 이입사행 △혜능 선사의 무념·무상·무주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보조 지눌 선사의 돈오점수·정혜쌍수 등 전통 선사상의 핵심이 오늘날 동국대에서 어떻게 교육프로그램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스님에 따르면 동국대의 핵심 교양 과목인 ‘자아와 명상’은 누적 인원 30여만 명이 수강한 장기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우울 완화·감정조절·자기존중감 향상 효과가 연구로 확인됐다. ‘불교와 인간’ 과목은 불교적 인간관과 세계관을 탐구해 학생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종학연구소는 간화선 학술연구의 중심으로 그간 93명의 전문 연구자를 배출하고 77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수행과 학계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했다. 2023년 개소한 동국선명상센터는 첨단 바이오피드백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명상의 생활화를 뒷받침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6회째를 맞고 있는 서울국제명상엑스포는 불교 전통 수행과 현대적 명상이 어떻게 학문과 사회에 접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장이 되고 있다.

정도 스님은 “명상은 더 이상 일부 수행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삶의 지혜”라며 “앞으로 명상은 참여의 저변을 넓히고 학문적 전문성을 더하며 대중화와 산업화를 거쳐 세계로 뻗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명상(템플스테이)의 뇌과학’을 발표하고 있는 권준수 한양대 석좌교수

템플스테이, 진짜 뇌에 좋네
‘명상(템플스테이)의 뇌과학’을 발표한 권준수 한양대 석좌교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함께한 템플스테이 뇌영상 연구를 소개했다. 실험은 동일한 템플스테이 체험 환경에서 체험형 프로그램군과 휴식형(프로그램 없음) 프로그램군을 비교해 그 효과를 분석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체험형, 휴식형 모두에서 긍정 정서가 높아지고 부정적 정서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차이는 지속성에 있었다. 마음챙김 능력과 회복 탄력성은 두 프로그램 모두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냈지만 3개월 후에도 지속되는 것은 ‘체험형’이었다. ‘휴식형’은 이후에는 그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 교수는 “군대에 가면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훈련과 식사를 한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 자연스레 건강해진다. 이것이 바로 ‘체험형’이고 ‘휴식형’은 말 그대로 그냥 집이든 어디든 쉬는 것”이라며 “‘체험형’은 체험을 통해 변화를 이루려는 노력이기에 효과는 다르다. 3박 4일의 고도의 명상 훈련이 장기적인 행동 심리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명상은 구조적 변화(피질 두께·백질)와 기능적 변화(네트워크)를 동시에 일으킨다”며 “체험형 템플스테이는 생활습관 변화를 유발해 효과 지속성을 만든다”고 해석했다.

에릭 룩스 소장이 ‘과학과 성찰의 만남: 고등교육 명상의 현재와 미래’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마음챙김 도입하니 학생 건강 증진
에릭 룩스 소장은 ‘과학과 성찰의 만남: 고등교육 명상의 현재와 미래’ 주제 발표를 통해 명상·마음챙김을 대학 내 보건 시스템과 임상연구에 접목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1만 7000명을 태아기부터 추적한 ‘뉴잉글랜드 가족 연구’를 진행했고, 40대 말에 이들을 심혈관 정밀평가에 초대해 유년기 요인이 후반기 건강(에피제네틱, 경동맥 두께, 혈당조절, 신체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때 ‘MAAS(마음챙김 주의·자각 척도)’를 설문에 넣어 심혈관 지표와의 관련을 분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마음챙김 수준이 높은 집단은 전반적 심혈관 건강(흡연·당뇨·비만·신체활동·식이 종합지표)이 좋을 확률이 86% 높았고, DXA로 본 복부 지방량도 낮았다. BMI로 본 비만 위험은 마음챙김이 낮은 집단에서 34% 높았고, 공복혈당이 정상일 확률은 마음챙김이 높은 집단에서 60% 높았으며, 당뇨 유병률은 절반 수준이었다. 이 결과는 <타임>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존 카밧진의 ‘MBSR(마음챙김 스트레스 감소)’을 응용해 혈압 감소용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마음챙김 연구 협의체’를 만들어 회의를 이어갔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당시 마음챙김 분야 최대 규모인 약 500만 달러의 예산을 수주했다.

이를 통해 브라운대 마음챙김센터에서는 다양한 실험과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혈압 감소 임상 실험(8주 MB-BP)을 통해서는 수축기 혈압이 6mmHg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는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 사건 약 10% 위험 감소에 해당한다. 함께 식이 개선·우울 증상호전 등의 동 변화가 동반됐다.

대학생 프로그램(Mindfulness-Based College)으로 학기 말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전반적인 건강지수와 수면의 질이 호전됐고 우울 악화 방지, 외로움 감소 등의 효과도 함께 나타났다.

룩스 소장은 “지혜 전통의 ‘활성 요소’를 과학으로 식별해 교육·의료·보험·디지털 헬스까지 실행과학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