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 '종교편향' 논란 장동혁 대표에 '상생 정치' 당부

“국민 평안한 정치 못해 죄송” 합장 반배 대신 목례로 인사 불교 예법 거부한 태도 논란 “계엄은 하나님 계획 발언도 종교적 소신 따라 말한 것”

2025-09-22     김내영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9월 22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예방을 받고 '상생의 정치'를 당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에게 “반성과 성찰로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 여야가 건강한 상생의 정치를 이끌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는 최근 극심한 여야 대립 속에서 야당이 반성과 성찰로 내공을 다져야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당부의 의미로 풀이된다.

진우 스님은 9월 22일 서울 조계사 템플스테이관 3층 담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예방을 받았다. 진우 스님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대표가 되신 것을 늦게나마 축하한다”며 “중책을 맡으신 만큼 어려운 시기에 국민을 평안하게 하는데 역량을 발휘해 달라”고 인사했다.

이어 “본래 모든 이치가 상대적인데, 정치도 마찬가지”라며 “비행기도 한쪽 날개로는 뜰 수 없고, 한쪽이 고장 나면 오래가지 못한다. 양쪽 모두 건강해야 상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대를 탓하기보다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이 우선임을 거듭 주문했다. 진우 스님은 “정치인은 싸우려는 힘보다 내공을 길러야 한다.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게 하는 것이 정치”라며 “그런 내공이 있으면 상대를 탓하지 않게 되고, 야당 본연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장동혁 대표는 “정치가 국민을 평안하게 하고 협치해야 하는데 지금 그렇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총무원장 스님의 말씀대로 우리부터 성찰하고 반성해 힘을 기르도록 노력하겠다. 국민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문제를 풀어낼지 잘 살피겠다”고 답했다.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선명상’ 대중화에 관심도 요청했다.

진우 스님은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문화적으로 강대국이지만 국민 행복지수는 굉장히 낮다. 물질적으로 잘사는 것에 비해 마음이 불편한 이들이 많다는 의미”라며 “불교계에서는 앞서 말한 내공을 기르는 기술로 선명상을 보급하고 있다. 국민 복지 차원에서 선명상이 대중화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뒷받침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는 진우 스님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합장 반배 대신 목례로 인사했다.

이날 처음 진우 스님을 예방한 장 대표는 합장 반배 대신 목례로 인사했다. 정관계 인사가 불교계 지도자를 예방할 때 통상 합장 인사를 하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장 대표는 그간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 “기독교정신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 등 ‘개신교 편향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어 "개인의 종교 신념에 따라 불교계에 대한 예우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합장 반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 제 마음을 다해 인사 드렸다”고 답했다. “다음에도 합장 반배를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도 "제 마음을 다해 인사 드릴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진우 스님 예방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또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발언에 지금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 대표는 “그렇게 말씀드린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충분히 설명을 드렸다고 생각한다. 제 종교적 소신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장 대표는 당대표 후보 시절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저는 크리스천들이 모이는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가서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한 것”이라며 “신앙인으로서 보면 우리가 잘못했을 때나 잘했을 때나 늘 하나님이 그 가운데 개입하셔서 역사하고 있다는 뜻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내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