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컨퍼런스 석학에 듣다] 해롤드 로스(브라운대 종교학과 교수)

“명상교육, 학생 잠재력 발견·실현 효과” 명상학·명상교육학 선도 석학 명상+인문·과학적 연구 핵심 교육 통해 ‘명상 지능’ 개발을

2025-09-19     신중일 기자

제6회 서울국제명상엑스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명상컨퍼런스가 9월 25~26일 동국대 본관 남산홀 일원에서 개최된다. 컨퍼런스에서는 세계적인 명상 전문가와 해외 석학 6명·국내 석학 3명이 참석해 최신 명상 연구들을 공유하고 대중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본지는 국내 석학인 동국대 종학연구소장 정도 스님과 해외 석학인 해롤드 로스(Harold Roth) 미국 브라운대 종교학과 교수를 인터뷰해 지면에 게재한다. 해롤드 로스 교수는 이메일을 통한 서면 인터뷰로 진행됐다. 

Q.‘명상학(Contemplative Studies)’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학자다. ‘명상학’의 핵심 내용을 소개해달라. 
‘명상학’의 핵심은 다양한 문화와 시대를 초월한 명상적 체험을 인문학·과학·예술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데 있다. 우리는 ‘명상(Contem plation)’을 집중력 있는 ‘주의 집중’으로 정의하며, 이를 통해 개인의 심리적 패턴, 자아 정체성, 그리고 이원적·비이원적 인지의 본질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스, 암벽 등반, 야구, 윈드서핑, 스키와 같이 몰입해 자기의식을 잊고 완전히 빠져드는 활동 역시 집중력 향상이라는 점에서 명상적 체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의도적 명상은 전통 명상이 가져오는 심층 통찰이나 심리 변화와는 또 다른 특징을 보인다. 

Q. 현재 미국에서 명상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현재 북미에는 약 25개 이상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명상학 혹은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USC(남가주대), 버지니아대, 오리건주립대, 오타와대, 미시간대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윌리엄앤메리대와 에모리대에서도 새로운 프로그램이 개발 중이다. 

전통 맥락에서 벗어난 명상 기반 심리치료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MBSR(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MBCT(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 등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Q. 미국에서 명상이 대중화되는 데 불교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나의 ‘불교(Buddhism)’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다양한 문화권별 불교 전통이 북미 명상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해왔다.

예를 들어, 한국의 선불교와 미얀마의 위빠사나 수행은 존 카밧진(Jon Kabat-Zinn)의 MBSR 개발에 직접적인 영감을 줬다. 또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선불교, 티베트 불교, 태국·미얀마 테라바다 불교 등이 북미 전역에서 사찰과 수행센터를 세워 일반인들이 명상을 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Q. ‘통합 명상 교육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현대 교육에서 명상교육이 왜 필요한가
명상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명상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며, 삶에서 맞닥뜨릴 다양한 도전에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더 큰 사회적·환경적 맥락 속에 존재한다는 인식을 함양해 공감과 사회적 책임감을 높여 준다.

나는 이것을 ‘명상적 지능(Conte mplative Intelligence)’이라 부른다. 이는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발전한 다양한 명상 수행을 이해하고 이를 실제 삶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지능을 통해 학생들은 현재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 사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Q. 현대 교육 시스템에 명상교육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우선 몇 가지 핵심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 첫 번째는 조기 명상교육의 효과 홍보이고 두 번째는 연령별 맞춤형 교수법 개발, 마지막으로는 교사 역량 강화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우리는 국제명상연구학회(ISCR) 2차 회의에서 ‘명상교육 네트워크(Contemplative Education Network, CEN)’를 결성했다. 현재 약 400명의 회원이 있으며 △멘토링·지원 △홍보 △연령별 커리큘럼 개발 등 세 가지 분야로 나눠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한국 연구자와 교사들의 참여도 환영한다.

Q. 명상컨퍼런스에서 한국 불자와 시민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은가?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불교의 전통과 현대적 실천을 더 깊이 배우고 싶다. 불교 가르침은 인간 경험에 대한 실증적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불교 명상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자뿐 아니라 비불자에게도 수행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며, 교리와 실제 체험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성을 명확히 보여 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