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실천으로 빛 발하는 ‘백중’
백중은 부처님 당시 목련 존자가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부처님께 법을 청하고 대중에게 공양을 올린 데서 비롯됐다. 이 일화는 부처님 법으로 부모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 가장 수승한 공덕임을 보여 준다. 그래서 백중은 오늘날까지 부모와 조상을 기리고 모든 중생을 제도하는 보편적 가르침으로 전해진다. 죽음을 넘어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 그것이 백중의 근본정신이다.
올해 통도사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도량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백중을 회향했다. 통도사에서는 종정 성파 대종사가 “아는 데 머무르지 말고 실천으로 회향하라”고 법문했고, 범어사는 90일 정진을 이어가며 쌀 4000kg을 이웃과 나눴다.
홍법사 등 여러 사찰도 릴레이 법문과 기도를 이어가며 부모의 은혜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사찰마다 모습은 달랐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였다. 백중이 의례에 그치지 않고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불자들의 기도가 생활 속 자비와 나눔으로 변할 때, 백중의 공덕은 비로소 빛을 발한다.
회향의 중심은 경전 독송과 법문 청취다. 독송은 부모와 조상의 은혜를 마음 깊이 새기는 수행이고, 법문은 그 은혜를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지를 알려 준다. 부모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것은 살아 있는 부모를 살피고 가족을 존중하며, 더 나아가 사회와 이웃에게 자비를 나누겠다는 서원이다. 이러한 서원을 가슴 깊이 새긴다면 효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태도가 된다.
이것이 바로 불교가 제시하는 ‘현대적’ 효다. 과거의 은혜를 기억하고, 현재 부모를 돌보며, 공동체와 사회에까지 공덕을 회향하는 것. 백중 회향은 끝이 아니라 효와 자비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라는 출발점이다.
기도와 법문이 멈춘 자리에서 우리의 일상이 새로운 회향의 무대가 된다. 작은 인사와 돌봄, 나눔의 실천이 곧 부모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요, 불교적 효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