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Weekly 선명상] 34. 업연에 대하여

세상을 만드는 것은 오직 ‘마음’! 해가 있어 달 있고, 낮밤이 생겨나 이들 교차 윤회하는 곳이 ‘사바세계’ 마음도 다르지 않아 ‘업식’도 발생 업연에 매달리지 않으면 평온해져 평안 위해 기도와 보시, 정진하라

2025-09-05     진우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오늘의 명상]
뜨거운 해는 차가운 마음을 녹이고
차가운 달은 뜨거운 분(憤)을 식혀 주네.
햇님 달님 나를 조율(調律)해 주는 부모이리니
밝아지면 해를 쬐고 저물어 지면 달을 품으라.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으로 움직입니다. 세상을 만드는 것은 오직 마음이니, 마음 또한 상대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해가 있으니 달이 있고, 낮이 있으니 밤이 있고, 뜨거움이 있으니 차가움이 있습니다. 두 가지가 교차 윤회하는 세상이 바로 사바세계입니다.

마음과 감정 역시 이와 다르지 않으니,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행복과 불행, 선과 악, 유정(有情)과 무정(無情)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업식(業識), 즉 마음입니다.

이 두 마음의 감정이 서로 의지하여 생겨나고, 서로 교차하여 윤회하니, 극락과 지옥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오고 가는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 두 가지의 서로 반대적인 마음이 교차하여 나타나는 것을 업연(業緣)이라 하고, 그 업연에 의하여 현실의 모양이나 대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인연이라 합니다. 따라서 마음의 업연이 먼저 있으니, 그림자인 인연이 현실로 내 앞에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내 마음 안에 생(生)과 사(死)의 업연이 이미 자리하고 있으니, 현실의 모습 또한 생기고 사라지고, 태어나고 죽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내 마음 안에 없는 것은 절대 현실로 나타날 수 없고, 따라서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바로 내 마음 안에 있는 업연이 인연으로 나타나 보이게 되는 것이니, 무엇이 되었건 내 마음 밖에서 바꾸려 하거나 이루려 함은 물체에서 나온 그림자를 바꾸려 하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명예를 얻으려 하거나, 부자가 되려 하거나, 건강하려 하거나, 죽지 않으려 하거나, 행복하려 하거나, 기쁨을 얻으려 하는 등의 일을 성취하려 함은 설사 바라는 대로 모두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의 반대적인 업연 또한 똑같이 생겨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이는 곧 불을 불로 끄려 하는 것과 같고, 물을 물로 말리려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므로 아무리 현실이 급하다 하더라도 업연이 반복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다만 이 둘의 상대적인 모습이 사바세계의 속성인 줄 깊이 알고 마음의 모습 또한 이와 같음을 여실히 잘 알아서, 어떠한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업연의 모습임을 무심하게 바라보게 된다면 마음은 더 이상 시끄럽지 않게 되고 항상 스스로 평안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이 평안하고 편안한 것이 제일이니, 기도와 보시, 정진은 나의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해당 삽화는 진우 스님 한글 선명상 게송을 생성형 AI에 입력해 제작됐습니다.

[오늘의 명상]
어떤 가난한 사람이 지지리도 복 없음을 탓하며 울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안타까워 가지고 있던 금 한 냥을 창문으로 던져 주었다.
그러나 하필 던진 금덩이가 머리에 맞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그 자리서 죽고 말았다. 
복 없음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복을 지었더라면….

살다 보면 나와 남을 막론하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사람의 운명을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모든 결과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과거를 알려거든 지금 일어나는 내 모습을 보고, 미래를 알려거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을 보라 하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모습은 이유 없는 무덤이 없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지혜가 부족하여 과거의 일은 잊어버리고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여 스스로의 마음을 더욱 힘들고 괴롭히는 경향이 짙습니다.

과거생이란 이 순간을 지나는 때, 어제, 그리고 10년 전, 100년 전, 또는 태어나기 이전의 전생을 의미합니다. 내 앞에 나타나 겪는 모든 일들 즉, 현상과 대상, 인연 되는 것들은 내 마음의 고락(苦樂)의 업(業)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됩니다.

즐거움과 기쁨, 쾌락과 행복을 지나치게 바라고 추구한다면, 괴로움과 슬픔, 고통과 불행이라는 상대적인 현상이 똑 같은 질과 양으로 나타나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다만 그 시간(때)을 달리할 뿐입니다.

복이란 인과(因果)가 윤회(輪廻)하는 모습을 여실히 잘 살펴 아는 마음입니다. 따라서 즐거운 일이나 괴로운 일에 대해 요행을 바라거나, 억울한 마음을 가지고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일어나는 하나하나의 현상에 대해 인과와 인연의 소치로 생각하고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가진다면 결코 괴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니 이를 복이라 말합니다.

당장의 일에 집착하여 인과를 믿지 않고 인연에 대해 소홀한 생각으로 더욱 성내는 마음을 가진다면 인과를 피할 도리가 없을 뿐더러 스스로 괴로운 마음을 자초할 뿐이니, 모든 일에 있어서 긍정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마음은 더욱 평안해질 것입니다.

기도와 보시, 정진은 복을 갖추는 요긴한 자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