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사태, ‘팔공총림 해제’에서 징계까지

중앙종회, 총림 학인수 미달 지적 제233회 임시회서 찬성 50표 가결 동화사, 즉각 반발·강경 대응 예고 법적 다툼 시작…종단도 실태 파악 중앙징계위, 9월 1일 ‘직무정지’ 결정

2025-09-04     김내영 기자
동화사 전경. 사진=동화사 홈페이지

조계종 제9교구본사 동화사 주지 혜정 스님에 대한 중앙징계위원회의 ‘직무정지’ 결정은 중앙종회와 동화사 사이의 갈등이 수개월 누적된 결과다. 사태의 표면적인 출발점은 올해 3월 중앙종회가 내린 ‘팔공총림 해제’ 결의였다.

중앙종회 ‘팔공총림 해제’ 결의
중앙종회는 지난 3월 26일 열린 제233회 임시회에서 긴급발의를 통해 ‘팔공총림 해제의 건’을 상정했다. 해당 안건을 발의한 재안 스님(당시 총림실사특위 위원장)은 총림실사특위가 팔공총림 동화사를 실사한 결과 △총림 유지 요건인 강원·율원이 학인 수 미달로 사실상 운영되지 않고 있고 △교육기관 예산을 전년 대비 61% 삭감해 사실상 운영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되며 △교구 운영 전반에 방장 권한이 과도하게 행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종회의원들이 “총림 해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재적의원 81명 중 73명이 투표해 찬성 50표, 반대 23표로 ‘팔공총림 해제의 건’은 가결됐다. 이로써 동화사는 2012년 지정 이후 13년 만에 총림에서 해제됐다.

동화사의 반발과 대책위 구성
동화사는 “중앙종회 결의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특히 교육기관 정기 실사 결과 ‘지적 사항 없음’으로 적시된 공문을 공개하며 “총림실사특위의 감사 결과는 허위 보고”라고 맞섰다. 4월 3일에는 임회를 열어 ‘팔공총림 수호를 위한 사부대중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중앙종회의 팔공총림 해제 의결은 총무원법, 총림법, 중앙종회법을 위배한 것으로 명백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4월 8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총림 해제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반면 동화사 재적승 일부는 ‘팔공산 동화사 정상화를 위한 제9교구 대중회의’를 결성, 4월 8일 “총림 해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는 등 내부 갈등도 표출됐다.

중앙종회 ‘조사특위’ 구성
중앙종회는 강경 대응 입장을 견지했다. 중앙종회는 4월 15일 의장단·상임분과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중앙종회의 결의와 종헌종법의 문란을 야기하는 동화사의 행태에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종헌종법 절차에 따라 엄중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6월 10일 열린 제234회 임시회에서는 ‘동화사 부당‧해종행위 조사특별위원회(동화사 특위)’를 구성했다. 대표 발의자 설암 스님은 “동화사에서 말사 주지와 신도들에게 총림 해제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서명과 금품을 강요하는 등 부당행위와 해종행위가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종회의원 스님들은 호법부 조사가 진행 중인 점과 표적 감사 논란 등을 들어 반대 의견을 냈고,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된 뒤 격론이 이어졌다. 결국 표결 결과 41명의 동의로 특위 구성이 가결됐다.

특별감사와 법정 공방
총림 해제 결의로 촉발된 논란은 곧 종단 감사와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조계종 총무원은 실태 파악을 위해 4월 14일과 21~22일 특별감사를 시도했지만, 동화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어 24일 오전까지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역시 응하지 않았다는 게 총무원의 설명이다.

법정 공방도 이어졌다. 동화사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은 6월 11일 “총림 지정 해제에 관한 결의는 종교단체의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도 동화사는 즉각 가처분 결과에 항소했다.

징계 절차와 직무정지
결국 종단은 감사 거부와 사회법 소송 제기를 이유로 동화사 주지 혜정 스님을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중앙징계위원회는 7월 23일 1차 회의에서 징계 개시를 결정하고, 8월 19일 2차 회의에서 혜정 스님의 입장을 청취했다. 이날 혜정 스님은 감사 거부와 관련해 “연기를 요청했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불응이 맞다”며 참회하고 감사 수용 의사를 밝혔다. 소송과 관련해서도 “가처분 항고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안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앙징계위는 9월 1일 3차 회의에서 감사 거부와 행정지시 불응 등을 이유로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화사는 혜정 스님에 대한 호계원의 최종 징계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부주지 법민 스님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중앙징계위 결정으로 동화사 사태는 일단락 된 듯 보이지만, 법원에 제기한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고 총림 해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과도한 방장 권한 행사’ 등 본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내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