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일기] 싫어하는 사람과  살아가야 하므로 

2025-08-29     눌은 스님 /전 범어사 포교국장

올해 8월 7일부터 10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국제불교 박람회’의 열기가 상당히 뜨거웠다. 부산국제불교박람회사무국에 따르면, 7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1홀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일까지 나흘간 약 10만 명의 관람객이 박람회 현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비해 장소가 2배로 늘었고, 참가 부스 또한 전년보다 176곳 증가한 375개 부스로 구성된 박람회는 불교 공예, 건축, 의복, 식품, 수행, 문화산업, 차(茶), 전통미술 및 현대미술 등 불교에 관련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행사로 이뤄졌다.

특히 스님과 차를 마시며 고민 상담이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부스가 부산불교방송 부스에 마련돼 큰 인기를 얻었다. 희망자가 너무 많아 웨이팅 머신을 비치하고 예약을 받았는데, 부산불교방송 특보단 소속 스님들이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교대로 돌아가며 상담을 진행했다. 나 역시 나흘간의 행사 기간 중 이틀간 상담을 진행하며 박람회에 방문한 불자분들과 청년분들의 고민을 나눌 수 있었다. 

상담 중 유독 많이 들은 고민은 ‘직장 내 동료들과의 불화’에 대한 것이었다. “회사에서 너무 보기 싫은 상사를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나 “진급 경쟁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삭막해지는 것 같아요” 같은 고민이 많았다. 

미운 사람과 직면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당할 때의 고통[원증회고怨憎會苦]이 인간이 겪는 여덟 가지 고통[팔고八苦] 중 하나라고 경전에서도 이야기할 정도이니, 당사자에게는 보통 깊은 고민이 아닐 것이다.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 보수지연분(寶樹池蓮分)에 이르기를, “저 세계를 어째서 극락이라 하는 줄 아느냐? 그곳에 있는 중생들은 아무 괴로움도 없이 오직 즐거움만 있으므로 극락이라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 같은 경 왕생발원분(往生發願分)에서는 “중생들은 마땅히 서원을 세워 극락에 태어나기를 발원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거기에 가면 그와 같이 으뜸가는 착한 사람들과 함께 모여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밝혔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의 본래 모습은 괴로움이 일상다반사이고 즐거운 일은 드문 사바세계이다. 오죽했으면 ‘고통바다[고해苦海]’라고 표현했을까. 따라서 생각의 출발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내 주변에 싫은 사람, 싫은 일들이 있는 것이 특별히 나쁜 상황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공통의 문제 상황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눌은 스님 /전 범어사 포교국장

‘내가 싫어하는 그 상사는 왜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일까’에서 ‘그 상사도 혹시 나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나’로 생각을 확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미 완벽히 조성된 극락세계로 내가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 으뜸가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만 내가 사는 세상이 한발 더 극락세계에 가까워진다. 모두가 서로에게 선량한 사람이 되는 극락세계를 이 중생세계에 만들어 보자는 큰 외침이 부처님 말씀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번 불교박람회도 잘 회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