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Weekly 선명상] 32.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
모든 것은 인과 흐름…오가는 마음 막지 말라 인과 보지 못하고 시비하면 스스로 불편함만을 만들 뿐 마음공부 통한 체계적 수행 흐름 속에 살아감을 알아야
[오늘의 명상]
앙상한 가지에는 봄 기운 스며 있고
파릇한 새싹에는 가을 열매 품었구나.
텅 빈 마음일랑 온갖 씨앗 품었거늘
살랑 바람 풍성 열매 내일이면 찾아오리.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새로운 것이 생겨날 징조입니다. 그리고 생겨난 것은 이미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으니, 가진 것이 없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와 성주괴공(成住壞空),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찰나의 순간에도, 하루의 짧은 시간에도 일 년, 십 년, 혹은 평생에도 반복됩니다. 즐거움과 괴로움, 성공과 실패, 웃음과 화남, 오만가지 일들을 겪더라도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힙니다. 모든 것은 그저 오고 가는 인연의 흐름일 뿐입니다.
각자의 인연은 모습이 다르고, 감정이 나타나는 때 또한 다릅니다. 마음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는 것도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필연(必緣)입니다. 뜨는 해를 말릴 수 없고 지는 해를 잡을 수 없듯이, 마음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기분이 좋아도 한때이고 나빠도 한때이니, 가는 마음을 잡으려 하지 말고, 오는 마음을 막으려 하지 않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여여(如如)하고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내가 겪는 일이 계절의 변화와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비의 대상으로 삼아 스스로를 괴롭히는 경우입니다. 거대한 인과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사소한 일들에 시비의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들 뿐입니다.
둘째, 수억 겁생(劫生)에 걸쳐 쌓인 업(業)의 감정이 습관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의 마음은 악순환을 반복하며 괴로움 속에 머물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마음공부를 통해 체계적인 수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마음을 닦는 연습은 단순히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을 넘어, 삶의 근본적인 평화를 찾는 길입니다.
명상은 이러한 마음공부를 돕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명상글과 덧붙임의 설명을 꼼꼼히 살펴보며,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고 닦는 계기로 삼으십시오.
오늘도 내 마음을 비우고 오고 가는 인연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편안하게 만들어 보십시오. 모든 것은 지나가고, 새로운 것이 생겨나며,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살아갑니다.
[오늘의 명상]
햇빛은 해와 다르지 않고
달빛은 달과 다르지 않듯이
내가 보는 모든 모양, 소리, 냄새, 맛, 느낌, 생각은
내 마음의 모습에서 나오는 것이라네.
다시 한번 반복하여 비슷한 얘기를 계속하는 것은 각자가 생각하는 관념의 틀을 바꾸지 않고는 소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의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각도로 설명할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사람들의 바람은 내가 원하고자 하는 것을 불교를 통해 이루어 보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그러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욕심을 내어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결과밖에 되지 않으니 원하는 욕심을 바꾸고 비우지 않고서는 욕심을 부린 후환과 인과의 고통을 피하기란 불가능 하다고 가르치십니다.
생각을 바꾸고 감정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지 않고 원하는 욕심만 앞세워서 살아가게 된다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반복되는 윤회의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 없는 것은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으니, 모든 것은 내 마음에 저장된 업식에 따라 보이고 들리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므로, 각자의 생각과 느낌과 보이는 마음의 눈높이에 따라 그에 상응한 인연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중생은 괴로움이라는 생각과 느낌과 기억이 있으므로 괴로운 것이 나타나게 되고, 부처의 마음에는 괴로움이라는 것 자체가 없으므로 괴로움의 인연이 전혀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물고기는 물고기의 마음에 따라 세상이 나타나게 되고, 새는 새의 업식의 마음에 의해 세상이 나타나게 되고, 모든 중생은 자기 마음의 눈높이에 의해 세상이 나타납니다.
내 마음, 내 생각, 내 느낌의 마음 안에 좋은 것이 있으니 좋은 것이 나타나게 되고, 슬픔과 괴로움과 아픔과 죽음이라는 생각과 느낌 또한 내 마음 안에 잠재돼 있으니, 현실의 인연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분별(分別)심이라 합니다.
이러한 고통과 괴로움을 벗어나려면 마음 안에 있는 괴로움의 씨앗을 없애야만 합니다. 설사 내가 욕심을 부린 것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고통과 괴로움이라는 현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음 속 업식을 바꾸지 않고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된 인연들이므로,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현실의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어떻게 먹어야 할지에 대하여 하루빨리 깊은 공부를 이뤄야 합니다.
기도와 염불, 보시와 참회, 계행과 참선은 마음의 업식을 바꾸는 도구가 되고 연장이 됩니다. 수행 정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