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사찰음식 가치는 ‘오관게’에 있다
8월 19일, 16일 간 지속된 폭염으로 스페인에서 1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기후 위기가 절실히 체감되는 소식이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의 식문화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기후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여기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숲이다. 하지만 숲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바로 인간의 식탐 때문에.
전 세계 농지 중 소·양·염소 등을 방목하는 토지가 70%, 사료 생산을 위한 농지가 13%에 달한다. 인간이 채소를 섭취하기 위해 활용되는 농지는 17%에 불과하다. 뒤집어서 말하면 인간이 육류 섭취만 줄여도 이 혜택은 인간뿐 아니라 수많은 동식물들에게 환원되는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식문화는 중요한 화두다. 환경적 영향을 고려해 음식을 선택하는 ‘기후미식’이라는 개념이 부상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네덜란드, 캐나다 등에서는 ‘국가 식이가이드(Food-based dietary guidelines)’에 적용해 풍부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로 된 빵과 파스타 섭취를 권장하며 단백질도 되도록 식물성 식품을 통해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모두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8월 19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주최한 ‘사찰음식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한 세계 음식학 석학들은 지속가능한 식문화의 해답으로서 한국불교의 사찰음식에 주목했다. 석학들은 사찰음식은 “지속가능한 식문화의 본질(파올로 코르보)”이라고 입을 모았다.
석학들이 매료된 사찰음식 본질에는 바로 ‘오관게’가 있다. 브렌던 R. 월시 미국 CIA 학장은 “‘오관게’에 식문화의 미래가 담겨 있다”며 “최근 CIA는 음식물 쓰레기, 재료를 대하는 방법, 동물복지 등의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대한 해답이 사찰음식에 있다”고도 했다.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에 가장 부합하는 식문화는 한국불교의 사찰음식이다. 석학들의 말처럼 한국불교가 알리고 주목해야 할 사찰음식의 가치는 조리기술이나 계량화된 레시피에 있지 않다. ‘오관게’에 바탕으로 한 생명존중사상에 있다. 이것이 세계인이 주목할 사찰음식의 가치이자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