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일암 인법당 ‘最古 입증’ 상량문 발견
8월 19일 발견 현장 공개 1669년 쓰인 상량문 확인 옹정12년 중창문 등 발견 “한국 最古 인법당 증거” 경남도, 유산 지정 미온적 명법스님 “지정돼야 불사”
합천 해인사 국일암(감원 명법 스님) 인법당(因法堂)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법당임을 입증하는 상량문이 해체 수리 과정에서 발견됐다.
국일암 감원 명법 스님은 8월 19일 현장을 공개하며 “지난 7월 13일 국일암 인법당 해체복원 공사 중 ‘강희8년(1669년)’이라고 쓰인 상량문과 ‘옹정12년(1734년)’이 쓰인 중창문, 묵서 등 중요 유물들 발견됐다”고 밝혔다.
350여 년 동안 원형 그대로 보존된 채 발견된 이 문서는 국일암 인법당의 창건과 중창 연혁을 확정하는 희귀한 사료다. 상량문은 건축 당시의 지형과 구조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벽암 각성(1575~1660) 선사의 주석처라는 역사적 맥락을 증명하는 자료로서 불교사·건축사·민속사 연구에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다.
발견된 상량문에는 ‘국일암(國一庵)’이라는 암자명이 벽암 각성 스님의 시호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화재로 소실된 뒤 제자들이 힘을 모아 다시 중창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 또 동쪽 계곡물, 남쪽 연지, 서쪽 누각 등 당시 지형과 건축 양식이 서술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 인법당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게 명법 스님의 설명이다. 발견된 상량문의 기록은 건축 연혁뿐 아니라 조선 후기 산사 공간 구성과 사찰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 단서를 제공한다.
명법 스님은 “국일암 인법당 상량문은 ‘긴 상량문’에 해당하며 △서사(序詞) △본사(本祠) △육위송(六偉頌) △결사(結詞) △첨사(添詞)로 이뤄진 상량문의 완전한 내용 구성을 갖추고 있다”면서 “현재 전해지는 사찰 상량문 가운데 이처럼 완전한 구성을 갖춘 상량문은 13점에 지나지 않고, 그중 18세기에 조성된 상량문이 발견된 건물은 대부분 보물로 지정됐다. 연대와 내용 구성이 이들 문화유산보다 앞서는 국일암 상량문은 그 자체로 문화유산적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목재 연륜연대 조사에서도 기둥·보·대공·반자 등 주요 부재가 1669년 벌채된 목재임이 확인됐다. 이는 상량문에 적힌 연대와 정확히 일치하며, 국일암 인법당이 17세기 건축 당시의 구조를 오늘날까지 유지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또한 1972년 수리 당시 성원 스님이 상량문과 중창기를 봉인해 원위치에 다시 보관했던 사실이 확인돼 전통적 관리의 지혜와 정성이 함께 입증됐다.
이처럼 지역 문화유산 지정의 당위성이 확보됐음에도, 지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경남도 문화유산위원회는 지난 현지 조사에서 “수리 이후 지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명법 스님은 “대부분의 문화유산 지정이 해체 공사 없이 이루어졌으며, 해체보수 공사를 하는 경우에도 지정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인정된 후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수리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면서 “그럼에도 ‘해체와 수리를 끝낸 후에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경남도 문화유산위원회의 입장은 앞뒤가 바뀐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일암 인법당은 이미 문화유산 지정 요건을 충분히 갖춘 상태”라면서 “만약 문화유산 지정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가유산청의 승인을 받은 설계도에 따라 생활의 불편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보수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올해까지 국고사업예산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고예산으로 환수해야 하기에 지정 여부에 대해 빠른 결정을 해달라”고 경남도 문화유산위원회에 요청했다.
합천=하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