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약국 사용설명서] 15. 약국 치약, 무엇이 다른가요?
구강 내 염증 완화 등 치료에 쓰여 구강 관리 청결은 일반 치약 사용 치약 선택 어려울 때 약사와 상담
“시계약 좀 주이소.”
“(멈칫) 시계약이요?”
“시계가 멈추면 넣는 게 시계약 아인교? 밧데리! 밧데리!”
“아! 그건 저기 옆 시계방이나 편의점에 가 보시면 됩니다.”
“약국에 약이라고 다 있는 건 아니구먼.”
“구두약 좀 줘 보이소.”
“….”
필자가 약국을 운영하면서, 고객이 찾는 약이 약국에 비치돼 있지 않아 당황했던 적이 몇 차례 있었다.
약국에 시계약과 구두약은 없다. 하지만 치약은 있다. 치약은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만 판매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약국에서만 취급하는 일반의약품 치약도 엄연히 존재한다. 오늘은 약국에서 취급하는 일반의약품 치약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일반의약품 치약은 마트나 인터넷에서 구매 가능한 치약과는 조금 다르다. 약국 판매 치약은 의약품으로 분류되며, 구강 내 염증 완화나 출혈, 통증 개선 등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반면, 마트에서 판매하는 치약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충치 예방이나 구강 청결 유지 등 건강 유지 및 질병 예방 목적으로 사용된다.
즉, 평상시 구강 관리와 청결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치약을 쓰면 되고,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등 문제가 있거나 임플란트 시술 후 구강 관리나 치주 질환 치료가 필요할 때에는 약국을 방문해 증상에 맞은 의약품 치약을 추천받는 것이 좋다.
물론, 약국에서 판매하는 치약이 모두 의약품은 아니다. 약국에도 의약품 치약과 의약외품 치약이 모두 있으니, 어떤 것을 사용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에는 약사에게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의약품 치약으로는 동화제약의 ‘잇치 페이스트’가 있다. 이 제품의 유효 성분은 몰약, 라타니아, 카모밀레 같은 생약 추출물이다. 몰약은 잇몸의 통증과 부종을 억제하고 항균 효과가 있으며, 라타니아는 지혈 및 잇몸 강화에 도움을 준다. 카모밀레는 항염증 및 진정 작용에 효과가 있다.
잇치의 유효 성분들은 구강 병원균과 충치균에 대한 항균효과가 있음이 임상적으로 확인돼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잇몸이 붓거나 충혈되고 피가 나거나 고름, 구취가 있다면 이러한 의약품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잇치 페이스트’는 기본인 파란색 제품과 편백향 피톤치드가 첨가된 초록색 제품, 프로폴리스가 추가돼 항균 효과가 강화된 노란색 제품이 있어서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광동제약의 ‘치올 페이스트’라는 의약품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데, 이 제품에는 히노키티올이라는 성분이 있어 치은염, 구내염, 설염, 입술 염증, 치조농루 등 다양한 구강 염증에 사용된다. 히노키티올은 편백나무 오일에서 추출한 천연물로, 항균·항진균·항바이러스 및 항염증 작용을 하여 치은염, 구내염, 치주염 등 다양한 구강 내 염증에 효과적이다.
‘치올 페이스트’는 염증 초기에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일반 치약 대신 사용하거나, 일반 치약과 병행해 사용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제품들은 임상적으로 효능이 검증된 의약품이지만, 장기간 사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효과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약사나 치과의사와의 상담으로 다른 치료 방법을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어린이나 영유아 전용 치약도 약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와 유아의 치약을 고를 때는 나이 및 양치 습관을 고려해 적당한 불소 함량을 가진 치약을 선택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대한소아치과학회의 권고에 따르면, 6개월 미만의 신생아는 불소 사용 금지이며, 치약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권장된다. 수유 후 구강 청결 티슈나 구강용 면봉 등으로 깨끗이 닦아 주는 정도의 관리로 충분하다.
6개월부터 약 만 2세까지는 불소가 없거나 500ppm 이하인 치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양치할 때는 칫솔 위에 쌀알 크기 정도만 치약을 짜서 삼키지 않도록 보호자의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는 500~1,000ppm 정도의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선택하고, 콩알 크기 정도로 치약을 짜서 양치하는 것이 좋다. 이 나이대 아이들도 스스로 입을 헹구고 치약을 뱉어 내는 것이 익숙지 않으므로 치약의 양이 과하지 않도록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만 6세 이상부터는 1,000~1,500ppm 정도의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선택하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양만큼 치약을 짜서 사용하되, 치약을 삼키지 않도록 주의하며 양치 후에는 꼭 물로 헹구도록 교육해야 한다.
부처님의 특별한 신체를 묘사한 글에 따르면, 부처님은 치아가 고르고 희고 빽빽하며 보통 인간보다 많은 40개의 치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는 말씀의 힘과 설법의 깊이를 상징하기 위한 묘사이기도 하지만, 많은 치아를 희고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처님도 남들보다 치아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쓰셨음이 틀림없다.
스리랑카의 불치사는 부처님의 송곳니를 모신 것으로 유명한데, 이 치아 사리는 스리랑카 왕권의 상징이 되었고, 불법을 수호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생각해 보라. 이 송곳니에 충치가 생겨 검게 패여 있었다면, 왕권의 상징이 충치균에 좀먹히고 있었다면, 부처님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