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태의 요즘 학교는] 18. 부부학교 ②
배우자에게 감사·선업 일기 써 보라 많은 갈등 사소한 감정싸움서 시작 감정과 나 자신 동일시하지 않아야 내가 바뀌면 상대는 저절로 달라져
전생의 원수가 만나 부부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부부살이가 고달프다는 뜻이다. 부부는 인생이라는 트랙을 굳이 한 다리를 같이 묶은 채 이인삼각으로 달린다. 매 순간 서로 합의하고 경청하고 보조를 맞추며 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인삼각의 고행을 감수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대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인과응보를 강조한다. 모든 행위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고락의 과보가 따른다고 말한다. 전생의 원수가 만나 부부가 되었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원한을 푸는 일이다. 더 행복하기 위해, 더 성장하기 위해 고르고 고른 배우자가 사사건건 내 앞길을 막는 원수처럼 느껴진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그 원한을 풀 때가 온 것이다. 그것은 마치 물이 앞에 있는 웅덩이를 다 채우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흘러갈 수 없는 것과 같다. 웅덩이라는 고난은 실은 앞길을 막는 게 아니라, 더 앞길로 나아가기 위해 나의 한계를 알려 주고 부족함을 채우는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이 괴롭다고 도망쳐 봤자, 결국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채워야 한다. 이러한 부부생활의 숨은 이치를 깨닫는 날 전생의 원수는 현생의 귀인이 되리라.
부부학교에서는 반드시 외워야 할 세 가지 만트라가 있다. ①“지금 이 일이 과연 죽고 사는 문제인가?” 부부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때 가장 먼저 외워야 하는 만트라다. 대부분의 갈등은 사소한 감정싸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②“허공이 허공을 나는 새와 허공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내 안에서 일어난 감정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두 번째 만트라다. ③“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가 변화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터무니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상대를 바꾸려고 할 때 고통이 시작된다. 내가 바뀌면 상대는 저절로 바뀌는 법이다. 최소한 그 문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터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모두 당사자에게 있다.” 도저히 답이 없다고 느낄 때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세 번째 만트라다.
지금 로또 100억원에 당첨돼 은행에 가는 사람은 뒤차가 아무리 경적을 울려 대도, 옆 차가 무리하게 끼어들어도 얼굴에 온통 함박웃음이 가득할 것이다. 평소 ‘그러면 안 된다’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가진 사람도 버럭버럭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대신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황을 수용할 것이다. 100억원이라는 긍정 자원이 주는 힘이다.
부부학교 수료생들은 반드시 딴 주머니 하나씩은 차야 한다. 하루에 좋았던 일, 고마웠던 일, 다행스러웠던 일을 적는 ‘감사일기’와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미소와 따뜻한 말, 따뜻한 마음, 따뜻한 시선, 그리고 친절과 양보, 헤아림을 베풀고 적는 ‘선업일기’가 그것이다. 보물찾기처럼 날마다 내가 받은 고마움을 발견하고, 또 직접 선행을 실천하며 예금을 늘려가는 것이다. 이 통장은 내가 어려울 때 나를 지켜 주는 수호신이며, 또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만능통장이다. 심지어 원수를 사랑하는 일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백지수표다.
배우자에게 감사일기와 선업일기를 써 보라. 다 너 때문이라는 ‘남탓지옥’의 불길 속에서, 화중련(火中蓮) 불길에도 젖지 않는 한 송이 연꽃을 피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