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조계종 중앙종회에 바란다 

2025-08-07     김내영 기자

조계종 중앙종회의 새로운 종책모임 ‘정법회’가 8월 4일 출범했다. 정법회는 종단의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고, 특히 중앙종회가 본래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반성과 문제의식에 공감한 14명의 스님이 뜻을 모아 결성한 종책모임이다.

정법회는 4일 기자회견에서 “중앙종회가 종단의 미래보다 특정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이제는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또 “종헌·종법이 일부 세력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와 종헌·종법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종책 수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선언은 종회의원 스님들이 정치적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종책과 제도를 깊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실질적인 활동에 나서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또 중앙종회 본연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중앙종회는 조계종의 입법기구이자 대의기구다. 중앙종회가 펴낸 <종헌의 이해>는 종단이 종회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을 △집행부의 전제적 종권을 제한함으로써 종단의 민주적 운영에 적합하고 △종도주권 원리와 대의제의 원리를 실현할 수 있으며 △종도가 종단 운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중앙종회는 종도들의 뜻을 대변하고, 종단의 미래를 위한 제도적 방향을 설정하는 책무를 지닌다.

그러나 종헌종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사안에 따라 견해를 바꾸고 시류에 따르는 태도로는 건강한 입법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종회가 원활하게 기능하기 위해선 몇몇 종회의원의 노력만으론 역부족이다. 종회 모든 구성원이 입법기구로서 종헌종법을 면밀하게 살피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입법 활동에 임할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앙종회가 건강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종단 운영의 근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관계와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으로 종단과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정책을 고민하는 종회의 모습이 필요하다. 그것이 지금 불교계가 간절히 바라는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