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AI로 되살린 독립운동 비구니 스님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 폭압에 맞서 독립운동에 나섰던 스님들의 활동을 조명하는 기획기사를 2주에 걸쳐 게재했다. ‘AI로 되살린 스님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한 기획은 첫 주 비구 스님들의 독립운동에 이어 이번 주는 비구니 스님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선 옥수동 미타사 비구니 스님 40명, 봉려관·보각·상근·옥봉·장일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기획을 준비하며 새삼 알게 된 것은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비구니 스님이 없다는 사실이다. 독립운동이 남자들만의 전유물도 아니었을텐데, 우리의 기억 속에 여성독립운동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게 현실이니 비구니 스님은 오죽할까.
그러나 사실은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소리없이 헌신하며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비구니 스님들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불교계에서 여성의 항일운동은 물론 비구니 스님의 항일독립 운동에 대해서 충분히 조명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다행히도 최근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가 〈역사 속 한국비구니〉를 발간하며 비구니 스님들의 활약을 정리했지만 활동에 비해 충분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비구니 스님들의 항일운동은 구술은 있지만 문헌자료가 없어서 묻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항일운동은 지하운동이고 비밀결사체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비구니 스님들은 주로 자금을 마련하고 포교를 방편으로 대중에게 항일의식을 일깨워주는 방식으로 참여했기에 더욱 그렇다.
항일운동뿐 아니라 전반적인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에 대한 문헌기록은 극히 적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록의 부재가 결코 활동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개인의 명예나 사익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려는 진정성과 자비의 마음을 우리가 기억하고 자료를 찾고 기록으로 남긴다면 근현대 불교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세상 사람들의 가슴에 불법의 등불을 밝히는 힘이 될 것이다. 이번 ‘AI로 되살린 스님 독립운동가’ 기획이 그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