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8. 진각국사 혜심의 오도송

내 이웃이 본래 부처 염송 시가 정리 편찬  조계종단 승려교육·승과시험 교재로 지혜·자비 광명으로 살면 “불보살 삶”

2025-07-25     김형중 문화평론가

불성의 신령스런 빛은 온 누리에 빛나고(靈光無外虛空)
무량한 공덕은 바로 이 몸 안에 있네(德過恒沙蘊箇中)
성자와 속인이 본래 하나인데(凡聖本來同一地)
다시 어디에서 깨달음을 찾는단 말인가(更於何處覓圓通)


진각(眞覺) 국사 혜심(慧諶, 1178~1234)은 고려 무신정권 때 보조국사 지눌의 보조선(普照禪)을 계승해 간화선을 주창하였다. 일찍이 과거시험인 사마시에 합격해 태학에 입학, 유학의 경전과 시학(詩學)을 공부한 수재로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생무상을 느끼고 수선사(송광사)에서 주석하고 있던 지눌 스님을 찾아 불문에 귀의했다. 

그는 역대 선사들의 삶의 역사와 선가의 공안(公案) 1125칙과 거기에 붙인 평론[拈]과 찬송[頌]한 방대한 양의 염송 시가를 정리하여 〈선문염송집〉 30권(1226년)을 편찬한 걸출한 불교학자이다. 중국의 송나라 때 선장(禪藏)인 〈전등록〉과 〈벽암록〉에 뒤지지 않는 한국선사상사에서 전무후무한 저술이다. 

당시 고려의 어려운 상황에서 방대한 선 서적을 편찬한 것은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당시 최고의 실권자인 최우(崔瑀)의 후원이 아니면 불가능한 큰 불사이다. 고려시대 승과시험 교재이자 현재 조계종단에서 승려교육의 교과서로 사용되는 그의 저술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선시집(禪詩集)인 〈무의자 시집〉을 쓴 시승(詩僧)으로, 그의 선시는 일반 시인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기·승구에서 “불성의 신령스런 빛은 온 누리에 빛나고 무량한 그 공덕은 바로 이 몸 안에 있네”라고 하여, 부처가 되는 원래 씨알인 불성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色蘊]과 정신작용[四蘊: 수상행식]을 이루고 있는 오온(五蘊: 몸·감수작용·상상작용·의지작용·지각작용) 속에서 작용하는 우리 중생의 마음[衆生心]인 것을 밝힌 것이다. 땡감이 홍시가 되듯 어리석은 중생의 마음이 밝아지고 맑아져서 부처의 마음이 되는 것을 설파했다. 부처를 마음 밖에서 찾지 말고, 내 몸과 마음 안에서 구하라는 설법이다. 

전·결구에서 “성자와 속인이 본래 하나인데 다시 어디에서 깨달음을 찾는단 말인가”라고 자신의 오도의 경지를 읊었다. 깨닫고 보면 범부와 성자가 똑같은 사람임을 안다. 성자는 알고 실천하는 자이고, 범부는 어둡고 방황하며 윤회한다. 어리석은 마음을 되돌려서 지혜를 밝혀 깨달음을 얻고, 잉어가 정진하여 등용문을 통과해 마침내 용이 되듯 중생이 부처가 된다. 〈화엄경〉에서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조금도 차별이 없다”고 하였다. 부처가 도솔천 하늘나라에 있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중생, 즉 사람이 부처라는 뜻이다. 불교는 절대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다.

선가에서 깨달음의 공부는 “중생이 본래 부처임을 믿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부처를 멀리서 찾지 말고 내 마음 안에 있는 보배창고의 문을 열어 찾아서 그것을 잘 쓰고 살면 부자가 된다. 누구나 지혜와 자비의 광명으로 살면 불보살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혜심 선사는 설법하고 있다.
알고 보면 내 곁에서 서로 경쟁하고 미워하는 이웃이 각자가 마음속에 보배구슬을 하나씩 품고 사는 대심(大心) 보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