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각·계호·광용 스님, 조계종 최초 비구니 법계위원됐다
진우 스님 7월 23일 위촉장 수여 “재임기간 권리·권익 기여 뿌듯” 본각 스님 “한마음으로 올바르게” 비구니스님들 참종권 확대 기대도
조계종 사상 첫 비구니 법계위원이 탄생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7월 23일 서울 조계사 템플스테이관 3층 담소에서 ‘법계위원회 비구니 위원 위촉식’을 갖고 본각·계호·광용 스님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비구니 승가의 참종권 확대 노력에 대한 제도적 결실로, 이번 법계위원 위촉을 계기로 앞으로 비구니스님들의 참종권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날 전달식에서 진우 스님은 조계종 최초로 비구니 법계위원으로 위촉된 본각·계호·광용 스님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를 표했다. 스님은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이 공감한 덕분에 '법계법' 개정이 가능했다”면서 “총무원장 재임 기간에 비구니스님들의 권리와 권익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비하는 다른 계획들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비구니 법계위원 스님들은 "총무원장 스님께서 마음 써 주신 덕분"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하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화재 복구 기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비구니스님들은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됐던 비구니 스님들의 염원이 18대 중앙종회에서 실현된 만큼, 이번 법계위원 위촉을 계기로 불교 승가 공동체의 진정한 평등과 전문성이 확보되길 기대했다.
본각 스님은 “법계를 심사할 수 있게 됨으로써 비구니들이 비로소 조계종단에서 동등하게 대접받게 됐다는 마음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6000여 비구니 스님도 조계종단에서 중요한 법계 심사에 참여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면서 “종헌종법에 맞게 성심성의껏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오늘 위촉된 3명이 한마음으로 올바르게 살겠다”고 말했다.
계호 스님도 “승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광용 스님은 “비구니회장으로서 전체 비구니 스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소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비구니 법계위원으로 위촉된 본각 스님은 1966년 사미니계를, 1977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제11대~13대 중앙종회의원, 조계종 고시위원, 전국비구니회장, 금륜사 주지를 역임했다. 2025년 명사법계를 품수했다.
계호 스님은 1967년 사미니계를, 1979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12~14대 중앙종회의원, 조계종 단일계단 구족계 니갈마아사리, 진관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의례위원이며 2023년 명사법계를 품수했다.
광용 스님은 1973년 사미니계를, 1979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불교상담개발원 이사, 봉녕사 묘엄불교문화재단 이사, 제12대 전국비구니회 부회장, 성림사 주지를 역임했다. 현재 전국비구니회장이며 2009년 명덕법계를 품수했다.
앞서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3월 제233회 임시회에서 “명망 있는 원로 비구니스님이 명사 법계를 품수해야하는 데 현재 9인의 비구 법계위원 스님만으로 심사할 경우 해당 비구니스님들에 대한 충분한 심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명사 특별 전형에 한해 비구니 법계위원 3인이 참여하도록 ‘법계법’을 개정했다. 이어 6월 10일 제234회 임시회에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제출한 본각·계호·광용 스님에 대한 ‘법계위원 위촉 동의의 건’을 만장일치 가결했다. 최근 비구니 법계 특별전형이 늘고 있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비구니스님이 심사해야 한다는 대중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법계법 제5조 2항에 따라 비구니 법계위원은 ‘명덕 이상 비구니 3인’을 중앙종회의 동의를 거쳐 총무원장이 위촉한다.
비구니스님들의 법규위원 요구는 호계위원 참여 요구와 함께 2013년부터 제기돼 왔다. 그해 중앙종회 제194회 임시회에서 호계위원과 법규위원의 자격을 ‘비구’에서 ‘승려’로 바꾸는 종헌 개정안이 처음 상정됐으나 부결되자 전국비구니회와 비구니 종회의원들은 2014년 3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구니 승가의 호계·법규위원 참여를 위한 제안서’를 공개하며 비구니계의 염원을 세상에 알렸다.
같은 해 6월 열린 중앙종회 제198회 임시회에서 비구니 스님의 법규위원과 초심호계위원 참여를 허용하는 종헌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지만, 7월 조계종 원로회의에서 절차상 문제 제기로 다시 부결됐다. 이후 8월 제199회 임시회에서의 무기명 비밀투표 역시 가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열린 법계위원 위촉은 '법계법' 개정 요구 12년 만의 결과로, 전체 승려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비구니 위상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향후 그에 합당한 참종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법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정운 스님은 “시대에 흐름에 따라 공감을 얻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서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이 한 명도 흩트림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기 때문에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준비하고 있는 제도 개선안을 언급하며 “종헌종법이 시대에 맞게 계승돼야 하고, 비구 스님 뿐 아니라 비구니 스님도 함께 해야만 종단을 건강하게 이끌어 줄 수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둬 활동할 수 있도록 할 것”고 말했다.
한편 법계위원회 비구니 위원 위촉식에는 비구니 종회의원 정운 스님, 철우 스님, 혜도 스님, 정관 스님, 진상 스님, 혜성 스님, 법해 스님, 지인 스님, 설해 스님, 조계종 총무원 교육부장 덕림 스님, 재무부장 여해 스님 등이 함께 했다.
임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