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약국 사용설명서] 14. 영양제 고르는 팁
영양제 상담 시 건강 검진 결과 챙겨야 어려운 검진 결과 약국서 쉽게 설명 건강 상태 확인하고 추천 도움 받아
두 달에 한 번씩 약국에 찾아오는 ‘연쇄효도마’ 고등학교 동창이 있다. 5년 이상 두 달마다 부모님 영양제를 빠짐없이 주문하니, ‘연쇄효도마’란 극찬은 당연하거니와, 약국 경영에 도움이 되는 고마운 도반(道伴) 같은 친구다.
이번 달도 여지없이 약국을 방문한 그 친구가 이야기한다.
“부모님 영양제 좀 부탁할게!”
“그래. 얼마 전 아버님 건강 검진하셨다고 했잖아. 별다른 이상 없으셨고?”
“응. 다 괜찮으시대. 아, 맞다! 비타민 B12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 따로 보충할 필요가 없다던대? 우리 아버지가 그것도 드시고 계셔?”
“그래? 그건 다 괜찮으신 게 아니지! 지금 드시는 영양제 중에 비타민 B12가 두 종류나 포함돼 있는데. 수치가 얼마나 높게 나왔던가?”
“잠시만, 사진 찍어놓은 게 있으니 기다려 봐.”
건강 검진 결과표에는 친구 아버님의 비타민 B12 혈중 농도가 1000pg/ml를 조금 넘는 정도로 기록돼 있었다.
“비타민 B12의 정상 수치는 보통 200~900pg /ml 사이가 적정 범위인데, 이건 수치가 꽤 높게 나왔다고 볼 수 있어. 몇 년째 꾸준히 비타민 B12가 포함된 영양제를 드셔서 지금은 과잉 상태로 볼 수 있으니, 중단하고 영양제 조합을 바꾸는 것이 좋을 거 같아.”
“아, 과잉 상태라서 문제 될 것은 없는 거야?”
“피부 쪽으로 두드러기나 발진 같은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고, 속이 메스껍거나 설사를 좀 하실 수도 있지. 혹시 그런 불편함이 있으셨어?”
“최근 속이 안 좋거나 피부가 안 좋아졌다고 스치듯 말씀하신 적은 있는데, 요즘 술자리가 잦으시니 그 때문인 줄로만 알았지.”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비타민 B12 과잉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어.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비타민 B12 수치가 높은 경우는 간이 안 좋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일 수도 있어. 그럴 리 없겠지만 간혹 암이 원인인 경우도 있으니 한번 살펴보는 것이 좋아. 다행히 건강 검진 결과를 보니 간이나 신장 수치는 정상이라 큰 문제는 없겠지만, 뭔가 불편해 하시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꼭 확인해 보길 바라.”
이 경우는 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약국 상담 사례 중 하나인데, 이 사례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건강 검진 결과표의 유무다.
건강 검진 결과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면 이를 치료하기 위해 약이 필요할 수도 있고, 생활 습관 개선이 요구될 수도 있으며, 수치 교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 선정의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반면 정상 수치일지라도 그 자체로 현재의 생활 습관, 식습관, 운동 습관을 유지하는 데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친구 아버님의 건강 검진표가 없었다면, 비타민 B12 과잉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복용해 점점 더 큰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비타민 B12를 고함량으로 넣고 ‘신경 비타민’이라는 별명으로 너도나도 경쟁하듯 홍보하고 판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비타민 B12를 예로 들긴 했지만, 건강 검진 결과는 생각보다 우리 건강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전해 준다. 한두 장 남짓 되는 그 결과표에는 어려운 용어와 의미를 알 수 없는 화살표가 알아보기 힘들게 나열돼 있다. 만약 병원에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더라도 기억이 나지 않거나, 추가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동네 약국을 방문해 약사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약사님, 지금 제 건강 상태가 어떤지 한번 봐 주시겠습니까?” 또는 “저희 부모님 건강 검진 결과인데, 이 상황에 도움 되는 영양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 말이다.
당연히 검진 결과가 정상치를 벗어나 질병이라고 판단되면, 그 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질병 상태가 아니라 관리가 필요한 수준이라면, 약국 영양제가 당신 또는 부모님의 건강 관리와 유지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양제 성분 중 바나바잎 추출물은 식후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을, 코엔자임Q10은 높은 혈압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홍국 추출물은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빈혈의 경우에는 다양한 종류의 철분제 중 상황에 맞는 철분제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간 수치가 약간 높을 때는 실리마린 성분이 도움이 될 것이다. 약국에 영양제 상담을 받으러 갈 때는 꼭 건강 검진 결과를 챙겨 수치를 확인하며 본인 혹은 가족의 정확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양제를 추천받도록 하자.
혹시 독자분들은 요즘 ‘책 읽어주는 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어린이 대상으로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병상에 누워 있는 어르신을 상대로 책을 읽어주는 일을 말한다. 무료 봉사인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일정 급여를 받고 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하물며 책을 읽어주는 일에도 돈을 지급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동네 약국에서는 건강 검진 결과를 읽어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심지어 돈을 받지 않고 말이다. 아, 필자는 아직 수행이 미진하여 범부에 불과한가 보다. 그런 부탁을 한 손님이 아무 영양제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떠나버리면,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 것 같으니 말이다.
필자는 탐(貪)에 물든 중생일지니, 재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기 위해 조금 더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하겠다.
이만 펜을 놓고, “옴 마니 반메 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