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일기] 사찰 찾는 모든 이들  저마다 불성 꽃피우길  

2025-07-18     조진화/국제포교사

템플스테이는 20년 이상 외국인들에게 전통 불교를 쉽게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대상 템플스테이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다양한 외국인 방문객들과 만남을 통해 사람의 본질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성애도, 이성애도, 기쁨도, 고통도…. 그래서 ‘세계일화’라고 하셨나 보다. 모습은 다르지만 사찰을 찾는 모든 이들의 불성이 언젠가는 꽃피우길 항상 기도한다.

그날도 사찰 일주문을 들어서며 불보살님 전에 발원했다. “오늘 제가 하는 모든 행과 말이 모두 부처님의 행이고 말씀이게 하시고, 부처님의 정법을 전하는 지혜와 자비로 충만하게 하소서.” 
오후 2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맞기 위해 안내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참가자 중 눈에 띄는 젊은 영국 여성 2명과 그리스인 50대 여성이 있었다. 영국 여성 두 명이 조금 늦게 도착하면서 프로그램 시작이 늦어졌는데도 그리스 여성은 환하게 웃으며 늦게 온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그 모습에서 자비심이 보였다. 사찰 예절을 설명하니 참가자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이내 진지해졌다. 

그날도 그랬다. 사찰 안내를 위해 일주문 앞으로 가서 “일주문은 속세에서 부처님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으로 ‘일주’라는 말에는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들어감을 의미한다”, “일주문을 들어갈 때는 항상 불·법·승 삼보에 귀의한다는 의미로 삼배하고 들어간다” 등을 설명했다. 이내 20대의 젊은 비불자 서양인들이 삼배하는 모습을 보며 ‘이들에게도 불성의 씨앗이 싹트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당에 들어가 삼배하는 법을 알려 주어도 이들은 마치 스펀지에 물 스미듯 그대로 잘 따라 했다. 연꽃 등(燈)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진흙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고통의 바다에 사는 우리도 올바른 삶과 수행을 통해 불성을 깨달아 연꽃처럼 피어날 수 있다는 내 설명을 들으며, 이들은 자신들만의 예쁜 연꽃 등을 완성했다. 

이어 스님과의 차담 명상 시간이 되자, 조용히 들어오신 스님께서 우려낸 황차를 내어 주시며 명상에 대한 법담을 해 주시고, 명상 체험도 이끌어 주셨다. 보통 차담 시간 동안 외국인들이 스님께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스님이 되기 위해 얼마나 공부하는지’, ‘출가하신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이 절에는 스님이 몇 분이나 계시는지’ 등이다. 

물론 이와 비슷한 질문도 나왔지만, 참가자 중 한 명은 이렇게 물었다. “여성도 성불할 수 있나요?” 스님께서는 부처님 당시 여성 출가 금지 이야기에서 시작해 깨달음의 마음에는 차별이 없으므로 여성도 당연히 성불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며 차담을 마무리하셨다.

이날 참가자들의 밝고 환한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이들이 부처님 품으로 돌아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환희심이 가슴 가득 차오르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워졌고, 그날따라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