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당 스님을 추모하며] 나의 종주, 만당 스님

2025-07-17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장 도심 스님
지난해 10월 전통불교문화교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만당 스님(사진 왼쪽)과 도심 스님.

종단과 사회 발전을 위해 한평생 정진해 오신 만당 스님의 열반이 마치 어제 같은데, 벌써 2재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스님의 인자한 모습과 법문하시던 음성은 여전히 생생하고, 그 깊은 가르침은 가슴속에 여전히 울립니다. 생사일여(生死一如)라지만, 곁에서 더욱 배우고 따르지 못한 아쉬움과 죄송함에 스님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스님은 제게 법우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형님 같고, 벗 같은 스님을 저는 ‘종주(宗主)’라 불렀고, 그렇게 평생을 마음속 의지처로 모셨습니다. 스님께 배운 자비심과 공심, 청정한 수행자의 모습은 저를 지탱하는 근간이 돼 주었습니다.

스님과의 인연은 2012년 겨울, 영광 불갑사 무각선원에서 동안거 방부를 들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무렵 스님은 불갑사 주지이자 초선 중앙종회의원이셨습니다. 복원 불사와 사중 살림, 종무 활동까지 많은 일을 짊어지고 있었지만, 새벽 정진을 한 번도 거르지 않는 등 매사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부처님 법 앞에 늘 한결같던 스님의 모습은 깊은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당시 불갑사에는 별다른 소임 없이 머무는 스님들도 여럿 계셨습니다. 만당 스님께서는 그런 분들께 매달 보시금을 전하며, 병환이 있으면 병원에 직접 모시고 가거나 치료비를 보태는 등 살뜰히 보살피셨습니다.

제가 “스님, 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여쭈니,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삭발염의하고 먹물 옷을 입고 있는 스님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하다. 저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까지 부처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거지.”

그 한마디는 제 마음 깊이 남아 수행의 길을 다시 세우는 큰 이정표가 됐습니다. 그때부터 시간 날 때마다 스님을 찾아뵙고 차를 함께 나누며, 귀한 법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총무원 상임감찰 소임을 맡아 도선사에 머무르던 시절, 스님과 더욱 자주 뵙게 되었습니다. 당시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종교평화위원회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던 시기, 스님께서는 종단의 미래와 종교 간 화합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위원장 소임을 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 이후 4년간 스님은 위원회를 정비하고 대외 협력의 기반을 다지며, 종교 간 이해와 상생의 틀을 탄탄히 다져 주셨습니다. 저는 그 곁에서 2년간 함께 활동하며 스님의 원력과 실천을 가까이서 배우는 귀한 시간을 가졌고, 이후에는 스님의 권유로 그 뜻을 역할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스님과 인연은 전법 현장에서도 또 다름 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2015년, 제가 성불사 주지 소임을 맡았을 당시 사찰은 낡고 신도도 적어 사찰운영은 물론 전법조차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그때도 스님은 눈발 날리는 겨울날, 김장통 여섯 개를 싣고 사찰을 찾으셨습니다. “절에 김장은 해놨냐”는 따뜻한 물음은 그 어떤 물질적 도움보다 큰 위로가 됐습니다. 스님의 걱정과 관심은 다시금 전법 의지를 세우는 힘을 주었습니다.

스님은 중앙종회의원으로서도 모범이셨습니다. 스님은 늘 “승가가 바로 서야 부처님 법이 바로 선다”고 강조하셨고, “종단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늘 공심(公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맡은 바 어떤 소임도 명예나 사사로운 욕심으로 받아들이는 법이 없으셨고, 언제나 청정하고 공정한 자세로 임하셨습니다. 특히 초선의원 스님들에게는 종회의 운영과 종단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꺼이 시간을 내어 설명해주셨고, 발의 절차와 종책질의의 요점도 알려주셨습니다. 해외 성지순례 중에도 종단 발전을 위해 의견을 개진하면, 피곤함에도 열정의 미소로 밤이 새도록 종회의원스님들과 의견을 나눴습니다.

스님은 입적 하루 전 오후 6시 통화에서도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걱정하셨고, 그날 저녁 늦게까지도 재가불자님들을 위해 불교대학 강의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마지막까지도 수행과 전법을 놓지 않으셨던 스님은 참된 수행자의 길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스님은 삭발염의만으로도 고마운 존재다. 함께 수행하는 인연이 소중하다.”

저는 오늘도 ‘나의 종주’ 만당 스님을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스님의 말씀과 삶을 마음 깊이 새기며, 남은 수행과 전법의 길을 걸어가려 합니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장 도심 스님.

만당 스님! 스님의 삶과 원력 그리고 깨달음을 향한 간절한 정진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속환사바해 다시 한번 광도중생해 주시길 기원합니다.

불기 2569년 7월 17일
만당 스님의 2재를 맞아
도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