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일기] 식탐을 넘어 수행으로  음식 앞에서 알아차림  

2025-07-11     현도 스님/한국불교상담학회 특임이사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돌보고자 오랜만에 경주 골굴사를 찾았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자주 찾지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서 이곳은 언제나 따뜻한 어머니 품처럼 편안하게 자리하고 있다. 산과 바다를 품은 지형, 숲과 계곡이 둘러싼 천혜의 자연환경, 그리고 자비로운 미소를 띠고 앉아 있는 마애여래좌상은 도량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이곳에서는 아이부터 어른, 수행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특히 선무도 수행은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좋은 도구다. 일정한 호흡과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고요함 속에서 땀과 함께 혼탁한 생각들이 씻겨 나가는 듯하다. 나 역시 잠시나마 스님의 지도 아래 동작을 따라 하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오고, 집중은 흐트러지며 머릿속엔 온통 음식 생각뿐이다. 이내 바람을 타고 오는 공양간의 맛있는 냄새에 정신이 쏠린다.

드디어 공양 시간. “스님답게 점잖고 알아차림 속에서 먹자”고 다짐하지만, 접시 위엔 어느새 맛있는 반찬들로 작은 산이 만들어진다. 한 번 담은 음식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다시 음식을 담는다. 잠시 멈칫하며 스스로를 돌아보지만, 이내 “한 번쯤은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이러한 경험은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음식 앞에서 쉽게 끌리고 식탐을 조절하지 못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오늘날 음식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닌, 감정의 표출이자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까지 여겨진다. 맛과 향, 식감에서 비롯되는 감각적 쾌락은 잠시의 즐거움을 넘어 각자의 내면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처럼 감각적 욕구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정신적 혼란이나 사회적 갈등, 환경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식탐을 ‘탐욕’의 일환으로 본다. 식욕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욕구지만, 그 욕구에 이끌려 사는 삶은 괴로움을 낳는다. 초기불교에서는 식사에 앞서 음식을 바라보는 감각기관의 반응과 마음의 움직임을 먼저 살피라고 가르친다. 이는 단순한 식사 예절을 넘어, 수행의 일환으로서 식사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다. 절제와 중도의 자세로 음식을 대하고 음식에 담긴 여러 사람의 정성, 공덕을 깊이 통찰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먹는다면, 자연스럽게 집착과 탐욕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르침을 되새기며 나는 오늘 다시 다짐해 본다. 식사를 단지 생존의 수단이 아닌 수행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음식 앞에 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수 있기를. 그 알아차림 속에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삶이야말로 나 자신과 타인을 해치지 않는 길이며, 음식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환경적 문제를 조금씩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다.

모두가 절제 속에 감사하며 조화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음식 한 끼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바뀔 때 세상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