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약국 사용설명서] 13. 항생제, 꼭 먹어야 하나요?

임의 중단 말고 처방 따라야 내성은 몸 아닌 세균에 생겨 증상 심해지면 다른 약 받아야

2025-07-04     임종섭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우리 아드님, 오늘은 항생제 처방이 나왔네요. 증상이 좀 더 심해졌나요?”
“네? 항생제가 나왔다고요?”
“네. 항생제가 처방됐네요. 불편하신 점이라도?”
“아니, 항생제는 안 좋은 것이잖아요. 내성 생기는 약이잖아요?”
“많이들 오해를 하시는데 항생제는 안 좋은 약이 절대로 아닙니다. 세균 감염이 있으니까 항생제가 처방이 나온 거예요.”
“왜 이렇게 약을 주지? 꼭 먹여야 하나요?” 
“그럼 집에 바퀴벌레가 있는데 바퀴 약을 안 치고 사실 거예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정확한 자료를 찾아보기 쉬운 요즘이지만, 여전히 항생제에 대한 이해는 얕고 오해는 깊다. 

항생제란 세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약이다. 우리 몸이 세균에 감염된 상태라면 항생제의 도움이 필요하다. 

물론 가벼운 상기도 감염이나 긁힌 상처 같은 국소적 감염은 항생제 필요 없이 건강한 면역만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우리 몸 안의 백혈구나 여러 항체 같은 면역 시스템이 세균을 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렴이나 신우신염 같은 심한 감염이나 수술 후 감염, 패혈증 같은 경우는 항생제를 제때 사용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꼭 항생제가 필요하다. 

바로 이 부분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가벼운 감염증인지, 심한 감염증인지 판단할 전문적·병리적 지식이 부족한 이들은 자신의 증상에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거나 피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의 증상에는 항생제가 필요하다며 병원 방문 시 항생제를 임의로 요구하고, 심지어 상비약으로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약사인 필자도 환자의 증상에 항생제가 필요한지 판단할 지식이나 자격이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항생제 처방은 전적으로 전문가인 의사의 판단을 믿어야 한다. 

항생제가 중요한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고 보관과 복용법에 주의 사항이 많기 때문에 본고에서 다루고자 한다. 

많은 내용을 모두 정리할 수는 없으니, 무엇보다 항생제를 받을 때에는 약국에서 올바른 보관법과 복용법을 꼭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복용법을 숙지하지 못해 항생제를 먹다가 임의로 중단하면 몸에 감염된 균이 내성균이 돼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흔한 오해 중 하나가 항생제 내성이 우리 몸에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다행히 이는 사실이 아니다. 즉 항생제 내성은 우리 몸속 세균에 생기는 것이지, 우리 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항생제를 먹다가 증상이 좋아졌다고 중단해 버리면, 약한 세균들은 먼저 죽지만 강한 세균들은 살아남아 항생제에 노출됐던 경험을 학습해 그 항생제에 버티게 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친절하게도 세균들에게 항생제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셈이다. 살아남은 강한 세균들이 증식하면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유지하고 강화된다. 그리하여 내성균이 다시 감염을 일으키게 되면 이전 먹던 같은 항생제로는 치료가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항생제를 먹다가 증상이 다시 심해진 경우에는 다른 종류 항생제를 처방받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것은 환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심하지 않은 감염이나 세균 감염이 확실하지 않은 증상에 항생제를 잘못 사용해 버리면 그 역시 항생제 내성의 원인이 될 수 있고, 항생제 복용을 꺼려하는 분들이 우려하는 바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항생제 오남용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전문지식이 없는 우리가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항생제의 오남용은 당연히 주의해야 하지만, 의사의 처방을 받고 약사의 조제와 검수를 거친 항생제는 처방 받은 기간 동안 안심하고 복용해도 좋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항생제 내성은 누구 책임인가? 의사와 약사가 제대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 그렇게 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그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약분업이라는 제도가 생긴 것이다. 

예전에는 병원 혹은 약국에서 바로 항생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의약 분업 이후에는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소아 감기 등에서 항생제 처방이 감소했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의 통계자료가 있으니 말이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항생제 사용량이 줄면서 내성균 발생속도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여전히 큰 사회적 이슈이다. 특히 병원 내 내성 감염균은 계속 증가 추세이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항생제 사용관리를 더 체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항생제의 사용이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항생제 내성을 줄이고 오남용을 피하기 위한 조언을 요약해 본다. 
 

1. 항생제 처방은 전문가인 의사의 판단을 존중하자.
2. 항생제 복용은 꼭 복약지도를 잘 듣고 정해진 용량과 기간을 지키자.
3. 혹시나 주변에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데바닷다’ 같은 자일지니 경계하고 멀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