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연의 수행 다이어리] 끊임없이 파도치는 부정적인 생각
13 어떻게 대응하나? (1)
일상생활 중에 불쑥불쑥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 계속 떠오르는 불편한 기억과 느낌들. 일견 난데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분명 필연적인 조건과 조건의 만남(연기緣起)을 거쳐 떠오른 것이다. 단지 반야(통찰지)가 없어, 그것이 일어나는 과정을 못 봤을 뿐이다.
“아니, 이 생각이 왜 지금 여기서 나는 거야?”
어느 날, 출근 운전으로 고속도로 자유로에 진입해 차의 속도를 올릴 때쯤이면, 항상 그 자리에서 과거의 특정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름을 발견했다. “아니, 이 생각이 왜 여기서 나는 거야?”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그 시점에서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자유로 진입 구간에 들어설 때가 오면 운전대를 잡은 채 알아차림을 밝혔다. 그러니 “아!”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과정이 간파됐다. 그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 갑자기 속도를 올리니 → 몸에 힘이 들어갔다 → 팔과 어깨 등 상체 쪽으로 긴장이 들어간다 → 근육을 움츠리게 되며 (그 느낌에) 저항한다 → 이러한 느낌은 빛의 속도로 상온(想蘊: 기억의 창고)에서 가장 유사한 느낌을 찾아낸다 → 기억 속 그 느낌과 함께 저장된 과거의 상황을 끄집어낸다 → 내 의식으로 표면화된다 → 그 과거의 기억에 반응한다.]
이렇게 대상이 강렬해 아누빠사나(anupa ssan, 수관隨觀: 대상을 따라가는 관찰)가 어느 정도 가능한 대상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6근과 6경으로 세상을 만날 때 발생하는 ‘촉(觸)과 느낌(受)’이, 딱히 ‘의식화’되지는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아주 많다. 그리고 그것은 미세한 연기적 차원에서 자동으로 돌아가다가, (거친 외부 조건과 만나면) 의식적 표면으로 나타난다. 이때 우리는 난데없다고 느끼지만, 미세한 차원(의식화되지 않은 차원)에서 오온이 계속 돌아가고 있던 것이다.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이런 식으로 기가 막힌 연상 작용의 고리를 찾아 전개된다. 그래서 딸기잼을 보고도(불선심소不善心所가 작용하면) 과거 피 흘린 때가 연상될 수 있고, 밧줄을 보고도 뱀이라고 놀라며 누런 나뭇잎을 보고도 똥이라고 자지러지기도 한다. 이렇듯 오온의 전개는 무명과 갈애와 집착과 업식과 음식 에너지 등과 어우러져서, ‘있는 걸 없다고 하고 없는 걸 있다’고 하며 ‘필연적인 망상’으로 전개된다.(불선심소: 번뇌를 일으키는 해로운 마음 요소. 예: 알아차림이 없다면 어리석음, 양심없음, 수치심 없음, 들뜸은 반드시 일어나는 4요소들이다.)
‘느낌(受: Vedana 웨다나) 관찰’의 중요성
이러한 전개 과정 중 가장 큰 오류를 일으키고, 번뇌의 촉매제가 되는 것이 ‘수(느낌)’이다. 더 정확히는 ‘수에 대한 집착’이다. ‘수’는 ‘촉(6근과 6경의 만남)’을 그 원인으로 한다. 위의 ‘고속도로의 번뇌’ 예로 다시 돌아가 보자. 지금은 고속도로를 타느라, 차의 속도가 빨라지니 몸이 움츠린 것이었는데, 그 ‘움츠리는 느낌’만을 매개로 전혀 엉뚱한 기억을 상온에서 연결시켜 의식화한 것이다.
그러니 부정적 생각, 안 좋은 기억이 난데없이 떠오르면 먼저 내 몸에 어디 ‘불편한 느낌이 없나’를 관찰하자. 예를 들면, 누워 있는데 갑자기 자식이 섭섭하게 한 것이 떠오르면, 허리가 눌리지는 않았나 또는 어깨가 압박받지는 않았나를 먼저 체크하자. 불편한 느낌을 관찰하는 순간, ‘촉과 느낌’을 자기화하지 않고 그것이 일어나고 사리지는 생멸을 관찰하는 순간, 오온의 전개는 끊어진다.
번뇌에 대응하는 방법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 자극을 집착을 통해 나와 동일시해 스스로를 괴롭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오온의 전개를 통해 만들어진 망상 속 인물을 진짜로 착각하고 분개하며 반응한다. 이때 일어난 에너지는 몸과 마음을 태운다.(그림 이미지 참조) 번뇌의 무한 반복과 그것의 치성함을 가라앉히려면, 무엇보다도 고요한 마음(선정)과 알아차림(삿띠)의 힘을 키워야 한다. 이것을 정정(正定: 바른 집중)과 정념(正念: 바른 알아차림)이라고 한다. 이 두 날개가 갖추어지면 불타오르던 망상은 더 이상 힘을 못 쓴다.
번뇌를 소멸하는 효과적인 방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위에 언급했듯 안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먼저 내 몸의 불편한 느낌을 체크한다. 그 느낌이 상온으로 연결돼 쓸데없이 과다한 두려움으로 몸에 경계경보가 켜지는 것을 예방한다. 2. 부정적 생각이 떠오르면 호흡 관찰로 돌아온다. 3. 떠오른 생각을 그냥 지켜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면 즉각적으로 염오하는 마음으로 반응하게 되는데, 이때 무심하게 관찰을 유지해 그것의 생멸(일어나고 사라짐)을 본다. 그러면 더 이상 생각 속의 아들, 딸, 어머니, 아버지에게 헛발질하는 불상사는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