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태의 요즘 학교는] 17. 부부학교 ①

부부 간 태도는 세상 대하는 태도 부부 모습이 곧 아이들 모습될 것 긍정자원 없으면 화 내고 남 무시 의사소통 안 되면 행복할 수 없어

2025-07-04     김권태 동국대부속중학교 교사

부부가 퇴근해 식사를 하며 하루에 있었던 일을 두런두런 나누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위안이 된다고 한다. 고달팠던 하루의 일과를 나누며, 때론 다독이고 때론 문제를 공유하며 해결책을 찾는 모습이 아이들에겐 그 자체로 미쁜 사랑의 모습이리라. 

학교에서 이십여 년 근무하며 발견한 것이 있다면, 아이들 모습과 부모의 모습이 참 닮았다는 것이다. 학교를 방문한 부모님의 교양 있는 말투와 행동이 아이의 모습과 매치되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 집안에서의 부모님 모습일 것이다. 또 아이들이 학교에서 갑작스레 이상행동을 보인다면 그건 지금 집안에 무슨 큰일이 있었다는 신호일 것이다. 부모님을 낙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아이들은 부모님의 숨길 수 없는 거울이라는 말이다.

퇴임 후 하고 싶은 사업 중에 부부학교가 있다. 어떻게 하면 부부가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을지 결혼 전 꼭 들어야 할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부부학교는 결국 부모학교가 될 테다. 부부의 모습이 곧 아이들의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양육, 돌봄, 교육, 이 모두는 결국 부부가 서로를 대하는 태도, 삶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옛날에 어느 한 노교수가 듬직한 제자 둘을 중매하려고 나섰다. 번듯한 직장의 남제자를 평소 예쁘게 여겼던 여제자에게 소개했다. 근데 여제자는 한 번 만난 이후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만남을 피했다. 외모면 외모, 매너면 매너, 집안이면 집안, 어디 하나 빠질 데 없는 남제자인데 왜 그러는지 통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중에 건너 듣기로는 밥을 먹을 때 쩝쩝거리는 소리를 평생 들을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부부가 서로 꼴도 보기 싫어 당장 헤어지고 싶은 이유는 상대가 쩝쩝거리는 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달래고 설득하고 화를 내봐도 조금도 바뀌지 않는 모습에 이제는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쩝쩝 소리가 된 것이다. 아이 때문에, 경제적 문제 때문에 그마저도 헤어지지 못한다면, 늘 고통스럽게 쩝쩝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평생 신세 한탄을 해야 한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배우자가 예쁘고 잘생기고 돈이 많아도 의사소통이 안 되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가끔 천변을 산책하다 보면 치와와처럼 작은 강아지가 큰 강아지를 보고 사정없이 짖어댄다. 신통력으로 작은 강아지의 마음을 읽어 보면, 큰 강아지가 먼저 자기를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그런다고 한다. 먼저 안 건드리면 자기도 절대 짖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큰 강아지는 그냥 길을 갈 뿐이었다. 어떤 강아지가 하도 요란스럽게 짖어대서 소리 나는 곳을 한번 쳐다봤을 뿐이다. 

여기서 강아지의 크기는 내면의 긍정자원과 같다. 긍정자원이 없는 자존감 낮은 사람들의 특징은 작은 일에도 버럭버럭 화를 내며 남을 무시하는 것이다. 나이, 학력, 직업과도 상관이 없다. 저 사람이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은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자기 안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지레 겁이 나서 그러는 것이다. 긍정자원은커녕 빚처럼 온통 부정자원이 가득해서 거꾸로 자기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치를 알면, 상대로 향했던 분노가 연민으로 바뀔 수 있다. 듣기 싫은 ‘쩝쩝’ 소리가 최소한 ‘냠냠’으로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