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미얀마,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2025-06-27     김내영/편집국 기자

우리는 쉽게 잊는다. 어쩌면 잊는 일이 인간에게는 당연한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망각의 결과는 고스란히 누군가의 삶 위에 재난처럼 덮인다.

올해 3월 28일, 미얀마에서 발생한 지진이 그렇다. 미얀마 중부를 강타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38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5000명 넘게 다쳤다. 건물과 도로가 무너졌고, 불교 사원 등 문화유산도 크게 손상됐다. 국제기구와 NGO들이 구조 인력을 파견하고 긴급 지원을 이어갔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지진의 흔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6월 18일, 로터스월드와 함께 미얀마 네피도의 지진 피해 마을 2곳을 찾았다. 그곳에서 지진 이후 힘겨운 시간을 버텨 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갈라진 대지 위에 서 있는 그들의 삶은 생각보다 위태로웠다. 평생을 바쳐 일궈온 삶의 터전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나무와 철판으로 얼기설기 세운 임시 주거지였다. 

현재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현지 봉사단체의 도움으로 잔해는 일부 치워졌지만, 새롭게 안전한 보금자리를 짓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너무 커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불교국가’ 미얀마의 시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시기엔 지역 간 이동이 전면 봉쇄되면서 스님들의 탁발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스님은 물론 사원학교에서 생활하던 아이들과 주민들도 매번 끼니 걱정을 해야 했다. 설상가상, 2023년 말에는 59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도시 곳곳이 물에 잠겼다. 고속도로와 철도 구간, 주택이 침수되며 1만 8000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수해와 전염병, 경제난과 지진 피해까지. 미얀마는 지금 겹겹의 위기 속에 놓였다. 그럼에도 언론 보도가 줄고, 기억이 희미해져 가면서 그들의 고통은 우리의 관심에서 빠르게 멀어졌다.

그러나 불교는 가르친다. 고통 앞에 침묵하지 말라고. 괴로움을 함께 나누는 마음이 자비라고. 미얀마의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무너진 삶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우리는 오래 기억하고 함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