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급박했던 95분…침착 대처로 ‘인명 피해 無’

조계종 청사 국제회의장 화재 6월 10일 10시 22분 첫 확인 회의장 인원 전파 대피 시작 10시 25분 소방지휘부 도착 불길 커지자 대응 1단계 발령 화재 진압하며 전시 성보 이운 11시 57분 화재 완전 진압돼 평소 화재 대피 훈련 등 도움

2025-06-11     신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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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22분부터 11시 57분까지. 6월 10일 발생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조계종 총무원 청사) 화재 발생부터 진압까지 걸린 시간이다. 약 95분 동안 조계종 총무원 사부대중은 침착하고 발 빠른 대처로 인명 사고없이 추가 피해를 막아냈다.

화재가 처음 확인된 곳은 조계종 중앙종회 제234회 임시회가 열리던 국제회의장의 로비. 목격자들에 의하면 국제회의장 로비 천장 에어컨에서 스파크가 있었고 이후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6월 10일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 로비. 소방방재청의 화재 감식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불교신문 자료사진)

10시 22분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한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이 회의장 대중에게 알렸고, 중앙종회의원 스님과 교역직·재가 종무원들은 평소 화재 대피 매뉴얼대로 신속하게 대응해 총 300여 명의 인원이 자력으로 무사히 대피를 완료했다.

화재 신고 접수 직후인 10시 25분 종로소방서 지휘부가 기념관에 먼저 도착했으며, 곧바로 조계사 경내에 임시 대피소와 응급진료소를 설치했다. 화재 진압 인력과 장비도 속속 도착해 소화 작업에 들어갔다.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화재 진압에는 소방대원 142명, 종로구청 공무원 10명, 경찰 150명 등 총 306명이 동원됐고, 소방차량 35대와 구청 차량 3대, 경찰차 15대 등 55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화재 발생 직후 국제회의장에서 회의 중이던 중앙종회의원 스님들과 교역직, 재가 종무원들이 신속하게 대피하고 있다. (현대불교신문 자료사진)

종로소방서는 발화 지점인 2층 국제회의장 천장에 대한 외부 소화 작업과 내부 진입을 통한 소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지만 불길이 확산되자10시 39분 화재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초기 진화가 완료된 것은 한 시간 뒤인 11시 36분이었으며, 21분 뒤인 11시 57분에 진화가 최종 완료됐음을 종로소방서 측은 알렸다.

화재 발생 직후부터 불교중앙박물관 기획전 ‘호선(毫仙) 의겸(義謙): 붓끝에 나투신 부처님’ 전시 불화들의 이운작업도 발 빠르게 이뤄졌다. 다행히 화마가 박물관과 수장고로는 번지지 않았지만 연기와 분진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하게 이운이 진행됐다. 특히 유리 전시시설이 아닌 외부에 노출된 전남유형문화유산, 비지정문화유산 8점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로 이운된 상황이다. 유리 전시관 내 전시 중인 국보, 보물 등은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로소방서 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현대불교신문 자료사진)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은 언론브리핑에서 “다행히 화마가 전시관과 수장고로 번지지 않아 성보들은 안전하게 잘 보존돼 있다”며 “화재로 인한 연기, 그을림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유리판 내부에 들어가 있지 않은 전시 유물을 중심으로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운된 불교유산의 재이운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봉 스님은 “전시관으로 진입하기 위해 소방서에서 불가피하게 출입문을 파손하고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며 “충분한 안전장치가 확보된 후 협의를 통해 다시 모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사 경내에 설치된 임시 대피소와 응급진료소.(현대불교신문 자료사진)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던 급박한 상황에서 인명 피해 등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건 꾸준히 진행해 온 화재 대응 훈련 덕분이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은 매년 1~2회 정기적으로 화재 대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4월에도 총무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화재 대응 훈련이 이뤄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재가 종무원은 “법으로 규정돼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훈련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화재가 발생하니 훈련대로 행동할 수 있었다”면서 “3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신속하게 대피하고 성보 이운도 차질 없이 이뤄져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화재 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현대불교신문 자료사진)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속하게 대피가 이뤄졌고 불길도 어느 정도 잡혀 가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종회가 진행 중이었는데 의장 스님이 신속히 안내해 모두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며 “현재 기념관 내부 인원은 대피를 완료해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화재 진압을 완료한 조계종 총무원은 종무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화재는 진화됐지만 연기와 분진 등의 피해가 상당하며, 특히 2층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전문 업체의 청소와 전기 안전 점검이 이뤄지며, 피해 산정을 위한 보험회사 조사도 예정돼 있다. 6월 13일에는 경찰과 소방서의 합동감식이 이뤄질 계획이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이 전시 성보 이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현대불교신문 자료사진)

또한 조계종 총무원은 인근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3층 등에 임시 사무소를 마련해 행정 공백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김용구 총무차장은 “현재 정확한 피해 상황을 확인 중이다”면서 “층별로 다른 만큼 피해가 집중된 부서들이 행정사무를 볼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