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불논단] 새 정부, 불교 전통서 공존 가치 배우길

‘잘사니즘’ 내세운 李 대통령 ‘함께 잘사는 세상’ 기치 내포 불교 ‘不二’ 정신 되새겨 봐야

2025-06-06     석길암 교수 / 동국대 WISE캠퍼스 불교학부

장미대선으로 불린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를 통해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새 정부는 막 발걸음을 떼고 역사의 여정을 시작했다.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는 최근 우리 사회가 걸어온 길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혐오와 대결을 지양하고, 공존과 화해 그리고 연대의 다리를 놓겠다는 다짐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를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100년의 시간동안 경제적으로도, 정치·사회적으로도 숨 가쁜 성장의 길을 걸어왔다. 그 과정에서 전통적 가치는 무시되는 일이 다반사였고,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버려도 되는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과 경쟁을 부추기는 극단적 갈등을 극복하려 한다면, 함께 공존하는 통합의 사회를 성취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뿌리가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유형무형의 전통문화유산을 공유하고 있고, 불교는 그 중에서도 우리 역사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재진행형의 살아있는 문화’이다. 

많은 문화유산이 말 그대로 유산(遺産) 곧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하지만 불교는 지금도 살아있는 문화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존과 화해 그리고 소통의 가치를 추구해 온 불교 본연의 정신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불교문화는 전통적 가치와 미래의 가치적 변화를 동시에 품고 있다.
새 정부가 막 시작되는 지금, 한국불교의 불교적 사유와 불교문화 전통이 가진 가치를 굳이 강조하는 까닭이 있다. 함께 하고 서로 배려하며 그래서 공존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일구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갈등하고 대립하며 경쟁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는지 돌아보면 그 이유는 자명하다. 화해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얻는 경제적 이익, 정치적 이익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먹사니즘’, ‘잘사니즘’을 내세웠다. 나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했다. 십분, 백분 공감되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공감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남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나만큼이나 남도 소중하다’는 생명존중의 가치문화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불교가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고, 또 여전히 살아있는 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나와는 다른, 타자에 대한 존중’이 소중함을 늘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효·의상·균여·지눌·무학·휴정·만해 스님 등 우리네 선지식들이 그러했다. 

우리 역사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불교의 선각자들은 늘 ‘나와 남의 공존’, ‘타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 우리 역사의 중요한 흐름으로 새겨졌다. 

막 출발하는 새 정부의 지향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새 정부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마다, 역사 속에서 역사를 이끌어 왔던 전통의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