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약국 사용설명서] 11. 살 빠지는 주사, 원리와 사용법

몸·마음 착각 이끌어 체중 감소

2025-06-06     임종섭 /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임종섭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살 빠지는 주사 삭센다 처방전 받아 가면 약국에서 받을 수 있나요?”
“삭센다는 요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품절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위고비는요?”
“네. 그건 받으실 수 있어요.”
“얼마인데요?”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의약품이라 처방전을 접수해야 알 수 있지만, 한 달 분에 40~50만원대 이상은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히이이이익!”
축생의 소리를 내면서 고객이 뒤돌아서 약국을 빠져나간다. 

바야흐로 다이어트의 계절, 여름이 다가오면서 부쩍 체중 조절에 관련된 문의가 많다. 현재 국내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비만 치료 주사제로는 위고비와 삭센다가 있는데, 위고비의 성분명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이고, 삭센다의 성분명은 리라글루타이드 (Liraglutide)이다. 이름이 비슷한 이 둘은 같은 계열의 약물로 우리 몸에서 같은 작용을 하여 체중 감량 효과를 가진다.

살펴보면, 우리 몸속에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라는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바로 위고비와 삭센다이다. 이 문이 열리면 우리 몸은 크게 세 가지 변화가 일어나 체중이 줄어든다. 

첫 번째 변화는 호르몬 분비 조절이다. GLP-1이라는 문이 열리면 우리 몸에서 혈당 조절을 하는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가 촉진된다. 이 주사들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는데, 당뇨 치료 과정에서 체중감소 효과가 크다는 점이 주목되어 용량을 높여 비만치료제로 새롭게 승인받은 제품이다. 부작용이 싫어도 체중감소가 부작용이라면 오히려 좋다. 

두 번째로 중추 신경계 조절 효과인데,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GLP-1 문이 열리면 다이어트의 가장 큰 걸림돌인 식욕이 감소하고 포만감이 증가하게 된다. 밥을 안 먹었지만 배부른 상태로 인식하게끔 뇌를 착각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섭취하는 음식이 줄어들게 되고 자발적인 체중 감량이 일어나게 된다. 

세 번째로 이 약물들은 위장의 움직임을 느리게 해 음식 배출을 지연시키는데, 이로 인해 포만감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무조건 ‘빠르게 빠르게’를 부르짖는 현 세태에 느림의 미학은 실생활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위장에서 더 필요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GLP-1 문이 활짝 열리면 신체는 지방 연소를 촉진해 체지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우리 몸을 변화시킨다. 특히 복부 내장 지방 감소 효과를 강하게 나타내는 비밀 열쇠가 바로 위고비와 삭센다이다. 

그렇다면 이 두 약물의 차이는 뭘까?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이며, 삭센다는 매일 한 번 맞는 주사이다.  “어떻게 주사를 매일 맞아요!”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약들은 병원에서 맞는 주사와 다르게 집에서 스스로 주사가 가능하다. 

임상 결과를 보면 위고비는 약 15% 정도의 체중이 감소되었고, 삭센다는 5~8% 정도의 체중 감소가 있었는데, 그렇다면 일주일에 한 번 맞고 체중감소 효과도 더 좋은 위고비가 당연히 더 좋은 약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위고비는 고용량으로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인 만큼 발현 속도가 느리고 부작용이 더 심하게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고비는 가격이 착하지 않다. 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만큼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과 구토가 있다. 약국에서 처방을 받아간 어떤 분은 흡사 입덧을 하는 기분이라고 호소하셨는데, 안타깝게도 그 분은 남자였다. 위장관 운동 변화로 인해 설사나 변비, 복통과 복부팽만이 발생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두통과 피로감이 생기기도 한다. 드물게 췌장염이나 담석증이나 담낭염 같은 소화기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복부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주사를 중단하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가족성 갑상선 수질암 또는 다발성 내분비샘 신생물(Multiple Endocrine Neoplasia) 2형 병력이 있는 사람은 이 주사제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체중 조절은 전 인류의 숙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살 빠지는 약은 사실 BMI가 27~30 이상 되고 과한 체중으로 인한 병적인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마른 사람들이 군살을 빼기 위해 사용하는 약이 아니라는 말이다.  BMI가 30 이상이라고 하면 감이 안 올 수가 있는데, 쉽게 말해 남자 키 173cm 기준으로 91kg 이상, 여자 키 162cm 기준으로 77kg 이상 정도 되면 BMI 가 30 이상이다. 

이런 주사는 몸과 마음을 착각하게 하여 식사를 줄여 체중을 줄이는 것일 뿐이니, 그것보단 우리 불교의 단식고행이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단식고행은 음식 섭취를 중단하고 굶는 행위를 통해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감내하며 자기를 극복하고, 진리에 접근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위고비와 삭센다는 식사를 줄여줄 뿐이지, 깨달음을 얻지는 못할지니. 

고가의 주사제보다는 체중 조절과 깨달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단식고행이 오히려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닐까? 지금 당장 주사기를 내려놓고 우리 동네에 보리수나무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