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공 스님의 강의] 22. 〈지장십륜경〉의 배경과 서품
10권 8장에 다양한 가르침 설해 지장보살의 유정 위한 공덕 보여
〈지장십륜경〉 이야기에서 확실하게 기억해야 할 것은 이 경을 탄생시킨 중국의 정치, 사회상은 과연 어떠했느냐는 점입니다.
〈지장십륜경〉이 펼쳐지는 5호 16국 당시 중국 사회상은 그야말로 지옥의 한 풍경 속이었습니다. 그러한 세태를 눈여겨 관찰한 신행(信行, 540~594)은 시기적절한 시기상응(時機相應)의 삼계교(지장사상)를 탄생시켰고, 삼계교는 어려운 민중을 향하여, 무진장사상(경제적 혜택)을 실행하게 됩니다. 몇 백년간의 전쟁을 겪은 뒤 수(隋)의 통일(589년)은 전 시대의 상황이 어려웠던 것만큼, 이후 세대에게는 값진 사상과 의미 있는 결과로서의 귀결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수(隋)의 통일의 해인 589년 신라 원광법사가 수(隋)의 전신인 진(陳)의 장안에 들어가고, 같은 해에 삼계교 신행이 장안 진적사(眞寂寺)에 들어갑니다. 그리하여 원광 법사는 삼계교의 신행이 일으키는 무진장사상의 일면식을 유심히 새겨 신라에 ‘점찰보(占察寶) 내지 점찰행법(占察行法)’이라는 〈점찰선악업보경〉의 사상을 펼치게 되는 것입니다.
99세의 원광 법사가 입적한 해(630)는 이후 고구려, 신라, 백제의 승려가 당(唐)에 들어와 불교를 배우며(634), 한반도에 불교의 꽃을 피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지장십륜경〉이 급물살을 타고, 신라에 들어온 시기도 이 경의 제작년도(651년) 이후가 되는 것으로 갑자기 이유도 까닭도 없이 한 사상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원광은 신라 사회에서의 지장사상의 필요성을 느꼈으며, 드디어 신라에 지장사상이 꽃피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장십륜경〉은 10권 8장으로써 다양한 가르침을 설하고 있습니다. 제1권 서품은 경이 설해진 동기와 배경을, 제2권은 부처님의 열 가지 지혜의 힘을 상세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3권부터 제5권까지는 ‘의지함이 없는 행(無依行品)’을, 제5권에서 제7권은 ‘의지함이 있는 행(有依行品)’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제8~9권은 ‘선업의 길(善業道品)’을, 끝으로 제10권은 복전상품(福田相品)과 가르침을 부촉하는 ‘획익촉루품(獲益囑累品)’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장십륜경〉 서품에서는 특히 경이 설해진 배경 및 동기와 함께 ‘지장보살’이 등극하는 장면을 상당히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나타내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거라제야산’에 계실 때 수많은 선인, 비구 대중과 함께 하셨는데, 세존께서 〈월장경〉을 설해 마칠 때 온갖 꽃비와 함께 기이한 큰 법음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것은 삼보에 귀의하는 소리였으며, 모든 부처님의 큰 바다로 들어가는 소리였습니다. 부처님 세계는 광명이 비추며 일체 어둠 … 두려움 등을 여의고 평평한 땅에는 오묘한 즐거움이 충만하였습니다.
바로 그때 대중들은 갑자기 몸이 땅보다 무겁고 움직이기 어려웠고, 모두 이 현상이 일어나는 인연을 의심하였습니다. 그 때 ‘무구생’이라는 제석천이 부처님께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여쭙고, 부처님께서는 ‘지장보살’의 등장을 말씀하시게 됩니다.
‘지장(地藏)’이라고 하는 보살은 수 없는 과거 대겁(大劫) 이전부터,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오탁 악(惡) 세계에서 유정들을 성숙시켰다 하며, 지장보살의 온갖 공덕을 말씀하십니다. 그 때 지장보살은 수많은 보살과 함께 스님 형상을 띤 성문의 모습으로 남쪽으로부터 와서, 곧 부처님을 예배하고 게송으로 찬탄합니다. 이윽고 찬탄이 끝나자 의심하여 묻기를 잘하는 ‘호의문(好疑問)’ 보살이 일어나 “지장보살이 어디서 왔고, 그 부처님 국토는 어떠하며, 지장보살이 어떠한 선근공덕을 성취하였기에 세존으로 부터 온갖 칭찬을 받는가?”는 등을 질문합니다.
그리고 그 답변의 대목이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의 선근공덕(善根功德)을 설하시는 부분입니다. 지장보살의 선근공덕의 힘은 “모든 삼마지(安住 諸 三摩地), 즉, ‘수능가마’, ‘사자분신’ 삼매 등의 선정의 힘으로써 일체유정들로 하여금 훌륭한 공양거리로 부처님을 공경 공양하게 하고 욕심경계의 허물을 보고 청정한 마음을 갖게 하며 부끄러움을 갖추어 온갖 나쁜 법을 버리어 마음에 잊지 말게 하는 등 지장보살은 온갖 선정의 힘으로,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유정들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