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공 스님의 강의] 21. 〈지장십륜경〉의 주요 내용

말세의 파계 비구 옹호 지장보살 출중 역량 주장

2025-05-30     법공 스님/ 경주 송림사 주지

〈지장십륜경〉의 서문과 함께 책의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른 경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말세의 파계 비구를 옹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내용을 열 가지로 따로 간추려서 위해(危害)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점이지요.


그러한 이유 중 하나는 말세의 파계 비구가 계율을 깨뜨리고 악(惡)을 행한다 하더라도 그 비구의 출가한 계덕(戒德)의 힘이 오히려 세어서, 그것은 마치 우황이나 사향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계율을 깨뜨린 말세의 파계 비구라 할지라도 일체의 하늘, 용, 야차, 건달,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人非人) 등이 그들을 옹호하고 지켜내려 하는 것은 그 파계 비구 등에게는 무량한 공덕 보배의 복장(服裝)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경전에서 ‘지장보살의 역량’은 승려에 대해 대·소승의 계율을 엄격히 지켜야 함을 명령함과 동시에, 속인의 삼보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장십륜경〉의 시대 배경이 말법시대인 불법 쇠멸의 시대로, 계율적인 면을 엄밀하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그 법을 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습니다. 


즉, “나의 법을 따라 출가한 자라면 계행을 지킨 비구이든 계행을 깨뜨린 비구이든 계행이 없는 비구이든 간에, 나는 오히려 전륜성왕을 비롯한 다른 국왕과 대신들이 세속의 법에 의지하여 채찍과 몽둥이로 그 몸을 때리거나 감옥에 가두어 갖은 모욕을 더하거나, 내지 팔과 다리를 베어 그 생명을 끊는 것을 허락하지 않거늘, 하물며 법에 의지하지 않는 일이겠느냐?”라고 말세의 비구를 향한 강력한 옹호의 교리가 설해져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지장의 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력(定力)에 의해 그 불토의 일체유정들의 모든 고통, 투쟁, 질병, 기근 등을 소멸해서…오탁악세의 부처가 없을 때 일체의 유정들을 성숙시키면서 삼계에 도달할 때까지 그 몸을 출현해, 대법륜을 굴려 구제하는 것을 그 본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즉, 지장보살의 본래 서원은 모든 중생의 구제와 함께 성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지장보살의 공덕과 교화력이 여타 보살들을 능가하는 모습도 살필 수 있습니다. “선남자여, 가령 어떤 이가 미륵, 관자재, 묘길상, 보현 등을 공양하여도…일식경(一食頃) 동안 지장보살을 지심 귀의하여 칭명, 염송, 예배, 공양하며, 원하는 바를 구하여 속히 만족한 것만 같지 못하다. 왜냐하면 지장보살은 일체 유정을 이익 안락하게 하여,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소원을 만족하게 하기 때문이다.” 즉, 지장보살의 위신력은 여타의 보살들보다 유정들을 이익 되게 하며, 그 희구하는 바 소원을 성취시키는 힘이 더욱 출중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인과를 부정한 과보와 또 참회를 하여서 멸죄 받아 얻는 이익의 과보를 상세하게 설하였습니다. 또 〈지장십륜경〉을 수지 독송하면 소원이 빨리 성취된다고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관음경〉과 같은 곳에서도 비슷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 즉 독각승과 성문승이란 어떠한 이들인지 보살들과 성문, 독각승들의 차이점을 밝히고, 각자의 설법의 다른 점을 상당한 양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전의 번역 당시의 상황을 살필 수 있습니다.


〈지장십륜경〉의 내용 중 더욱 중요한 점은 설법사의 인지사항에 있어서 그들이 읽어야 할 부분, 상대에게 법문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에 관한 설명, 불교를 신앙하는 이가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될 5무간 대죄 중 4종의 근본대죄가 무엇인지, 그것을 분별하고 결코 무간지옥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차로 〈지장십륜경〉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점검하며 이야기를 펼쳐 나가겠지만, 다른 경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색 있는 한 가지를 더 들어봅니다. 가령 수행대중이 같은 공간에서 정진할 때 계를 어긴 파계승의 ‘빈출법(가려내는 법)’은 당시 율법과도 관련되어 동거승들의 생활상에 있어서 상당한 지혜를 요구하는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지장십륜경〉은 나라를 다스리는 왕들의 열 가지 정책인 왕륜(王輪)에 대하여 불법(佛法)의 열 가지 내용인 십불륜(十佛輪)에 의하여 열 가지 악업(十惡業)을 뒤집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 경(經)의 제목이 설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어 경이 설해지는 배경과 그 동기에 대한 설법이 제1장의 서품(序品)에서 설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