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약국 사용설명서] 10. 우리 아이 키 크는 영양제

‘키 크는 약’은 없다 

2025-05-23     임종섭 /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임종섭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약사님, 우리 아기 키 크는 영양제 추천 좀 부탁드려요.”
“아이가 또래에 비해 많이 작은 편인가요?”
“네. 좀 작은 편이어서 스트레스가 심해요.”
“키 크는 데에는 사실 밥 잘 먹고 잠을 잘 자는 게 가장 중요해요! 밥은 골고루 먹어요? 수면 습관은 어때요?”
“편식을 좀 하긴 하는데 그래도 반찬 투정이 심하진 않아요. 그래도 요새 잠은 잘 자는 것 같은데요.”
“몇 시에 자서 몇 시에 일어나요? 통잠은 자죠?”
“통잠이요? 아, 훈련소에 있으니까, 밤 10시쯤 자서 아침 6시쯤 일어나려나?”
“네? 자제분이 나이가?”
“스물두 살이에요. 훈련소에 있어요.”
“성장판이 이미 닫혔을 거 같은데요.”

오늘은 모든 부모들의 관심사인 ‘우리 아이 키 크는 약’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국에는 ‘키 크는 약’이란 것은 없다. 좀 강하게 말해서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키 크는 약’이라기보다는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게 결핍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영양소를 적재적소에 공급해 주는 영양제가 있을 뿐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성장기에는 키가 크기 위해 뼈가 자라야 하고, 그에 맞추어 혈액·근육·인대도 함께 성장해야 하는데, 각 단계마다 필요한 영양소의 종류는 다양하다.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영양소가 부족하면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어, 키가 잘 자라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단백질은 성장판과 뼈, 근육 형성에 필요한 기본 재료이며, 칼슘은 뼈의 형성과 성장판의 발달에 중요한 영양소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성장 영양제는 칼슘과 단백질을 기본으로 여러 다른 영양소를 조합하여 제품화된다.

칼슘의 흡수를 촉진하는 비타민 D, 뼈의 밀도를 유지하는 마그네슘, 뼈 단백질 생성에 관여하여 골밀도를 강화하는 비타민 K 등이 대표적인 성장 영양제의 주요 성분이다. 이 외에도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아연, 콜라겐 합성과 뼈 형성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C, 세포의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비타민 A와 오메가-3 역시 성장과 키 발달에 필요한 영양소이다.

요즘 약국에서 자주 찾는 영양제 중에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증 받은 HT042라는 성분이 있다. 매체를 통해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유명한 성분인데, 이 성분은 천연물 생약인 황기, 백출, 당귀 추출물을 혼합한 원료이다. HT042는 성장판 연골세포를 자극하여 골단판 성장을 유도하고,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의 분비를 촉진하여 뼈 성장에 도움이 되며, 성장호르몬 작용 효율을 높여 성장 반응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HT042는 건강기능식품 원료 중 유일하게 키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물질이다. 임상시험 결과를 간단히 소개하면, 6~8세의 키가 하위 25% 어린이들이 6주간 이 성분을 섭취하였을 때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0.29cm 더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키가 하위 10% 미만인 아이들 집단에서는 대조군보다 평균 0.45cm 더 성장했다고 하니, 키가 많이 작은 어린이의 성장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에계, 겨우 0.5cm도 안 되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수치도 엄청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이며, 평균값이 저 정도이니 그보다 더 큰 효과를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HT042가 포함된 영양제는 성장 영양제 중에서도 꽤 고가에 속하므로 6개월 이상 섭취한다고 가정할 때 비용 대비 효용을 잘 고려하여 섭취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사실 성장에 필요한 많은 영양소 중 어떤 것이 결핍되어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될지는 알기 어렵다. 아이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면밀히 파악하여 추측 가능한데, 그 추측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소를 선별하여 섭취할 수 있도록 영양제를 선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개를 들어 제목을 보자! ‘동네약국 사용 설명서’라고 적혀있지 않은가! 약국을 찾아가서 약사님과 상담을 통해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추천받으면 될 것이다. 

키가 크기 위해서는 영양제 섭취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보통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므로 그 시간대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농구, 줄넘기, 수영 같은 뼈와 근육을 자극하는 운동을 선정하여 꾸준히 하고 하루 20~30분 정도는 가볍게 햇볕을 쬐는 것을 추천한다. 또 인스턴트 식품이나 당분이 과다한 음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결국 잘 먹고 잘 자고 신나게 뛰어노는 것이 키 성장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뜻이다.

정말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그것이 질병의 영역에 들어갔다고 생각될 때는 병원을 방문하여 성장판 검사를 받고, 성장호르몬 주사를 처방받아 투여하는 것을 상담 받아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치료는 치료이고, 영양제는 영양제일 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키가 크는 약’은 없다. 하지만 키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양제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