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불교계 정책 제안…대선 후보 ‘佛心잡기’

조계종, 현안 자료집 만들어 각 후보자들에게 정책 제안 선명상·전통문화 진흥 담겨 태고종 정책기획단 위원 위촉 ​​​​​​​ 이재명, 가장 먼저 공약 제시 김문수, 종정 성파 대종사 예방 민주당, 통도사서 현안 청취도

2025-05-16     임은호·김내영·하성미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4월 24일  정책기획단 정책위원회 자문위원들을 위촉했다.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교계와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불교계는 현안을 담은 자료집을 만들어 각 정당 후보에게 정책 제안을 하고 있으며, 대선 후보들은 사찰과 불교 행사를 찾는 등 불심(佛心)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계종 ‘국민 행복’ 정책 제안
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최근 대선 후보자들과 차기 정부에 불교 현안을 제안하는 정책 자료집을 발간했다. 조계종은 정책 자료집에서 ‘국민 행복’과 ‘사회 통합’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고 △사회적 실천 △전통문화유산 보존·전승 △사회통합 실현 △정책 구현의 4대 분야 18개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특히 조계종은 ‘국민 행복’을 견인할 첫 번째 과제로 ‘선명상 대중화’를 꼽았다. 우리 사회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 행복도를 극복하기 위해 선명상 보급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조계종은 “선명상 사업은 각계각층별, 명상 수준별 적합한 프로그램을 보급해 국민 모두의 마음이 건강해지고 그 결과 우리 사회가 화합하고 평안해지는 것이 목표”라며 “전문 지도인력 양성과 프로그램 개발·보급의 핵심 역할을 할 ‘중앙 선명상센터’ 건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문화유산 보존·전승을 위한 전통사찰 보존 및 지원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전통사찰보존지 지목 현실화 △전통사찰(사찰림 포함) 소방·방재 종합대책 마련 △전통사찰 보수정비사업 지원 체계 개선 △전통사찰 전기요금 지원방안 마련 △국공유지 대부료 납부 사찰에 대한 토지 불하 방안 마련 등이다.

사회통합 실현 부문에서는 평등하고 차별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과 공공기관 종교편향 근절책 강화를 제안했다. 이밖에도 과거사 치유 및 불교문화유산 복원을 위한 △용산공원 내 불교문화 시설 건립 지원 △한국전쟁으로 인한 사찰 피해 보상 △제주 4·3사건 특별법, 여수·순천 10·19사건 특별법 개정, 호국 보훈 정신 선양을 위한 호국기념관 건립 및 해외 안장 순국선열 유해 국내 봉환 추진도 정책으로 내놨다. 

태고종은 5월 15일 총무원장 직속 정책기획단을 출범하고 전문위원 8명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

태고종, 정책 제안 본격화
태고종(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5월 15일 총무원장 직속 정책기획단을 출범하고 전문위원 8명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 정책기획단장에는 태고종 교육원장 재홍 스님이 선임됐고, 자문위원으로는 태고종 문화부장 월타 스님,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최원철 한양대 특임교수, 천우정 국회 정각회 사무국장, 김병하 국회 정각회장 보좌관, 정용준 임오경 국회의원 보좌관, 김명순 태고종 총무원장 특보가 위촉됐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국가 대소사를 앞두고 태고종이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정책기획단을 출범했다”며 “비록 한시적인 모임이라 하더라도 태고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종교를 넘어 사회적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위촉식 직후 정책기획단은 2층 총무원장실로 자리를 옮겨 첫 회의를 열고 불교 정책 수립 방향을 논의했다. 기획단은 논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안을 마련해 각 정당에 전달할 계획이다.

대선 후보들 불심 잡기 잰걸음
대선 후보 중 가장 먼저 불교 공약을 제시한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이 후보는 부처님오신날인 5월 5일 공식 홈페이지와 SNS 등에 ‘불교문화지원 정책발표문’을 발표하고 △전통문화 및 불교문화 전승·보존 토대 마련 △전통문화 가치 제고 및 전승·보존 정책 강화 △전통문화유산 관리 제도 개선 △종교적 역할 강화를 위한 지원체계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불교문화는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와 정신문화의 근간이자 국가적 위기 때마다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외세의 침력을 막아낸 호국 종교의 산실”이라며 “불교문화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국가적 지원체계를 구축해 계승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5월 14일 영축총림 통도사를 찾아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를 예방하고 전통불교문화 진흥에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이날 성파 대종사는 “전통문화를 단순한 옛 유산이 아닌, 현대 사회에서도 경쟁력 있는 문화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 신앙 여부를 떠나 우리 문화의 근간인 불교를 공공 영역에서 소홀히 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잘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문수 후보는 “전통문화가 곧 국가의 정신적 기반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고 화답하며 “법과 규정만 따지기보다, 불교가 지닌 자비와 공동체 정신을 사회 전반에 녹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불교본부(본부장 김병주·김영배)도 통도사를 찾아 ‘여시아문 신수봉행(如是我聞  信受奉行) 간담회’를 개최하며 불심 잡기에 진력했다. 간담회는 민주당 불교본부와 불교위원회가 조직을 재정비한 후 처음 마련한 공식 간담회로, 불교계와의 소통 강화 및 공동 정책 발굴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참석 스님들은 사찰 방재 대책과 문화유산 제도 개선, 동물권 및 생물 다양성 보전 등을 요구했다. 김병주 본부장은 “이재명 후보도 불교계 현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불교 중흥과 한국 사회의 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중앙선대위 불교본부는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지역별 주요 교구본사와의 순회 간담회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