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차별 없는 세상’ 외면하는 대선 주자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거리에는 후보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나부끼고, 언론은 연일 공약 분석에 분석에 분주하다. 하지만 정작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 하나가 들리지 않는다.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성별, 장애, 나이, 출신 국가,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차별을 금지하자는 이 법은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집에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다.
불교계는 오래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조계종은 최근 대선 주자들에게 건낸 정책 제안에 평등하고 차별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제안했다. 조계종은 2021년 성명서를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의 뜻을 밝혔다. 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불교 단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며 수차례 성명과 기도회,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외침은 정치권엔 여전히 닿지 않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회가 차별에 대해 점점 더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논쟁거리’로 치부되면서 차별금지법은 왜곡되고 편견은 강화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종교의 이름으로 이 법을 반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의 본뜻은 사람을 가르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종교는 약자와 함께 아파하고 소외된 이들과 연대하며, 세상을 향해 연민을 실천하는 일이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이 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차별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최소한 우리 사회가 차별에 대해 ‘침묵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된다.
차별 없는 세상은 단지 법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법이 없으면 출발조차 할 수 없다. 불교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거리에서, 법회에서, 조용한 기도 속에서 차별 없는 세상을 발원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차별금지법을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가치인 인간의 평등을 차별하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