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태의 요즘 학교는] 15. 대화법 특강: 존중의 햇살(2)
갈등, 뽀족한 가시의 밤송이 같아 가시처럼 뾰족한 자신의 입장은 숨은 욕구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 韓사회 어느 때보다 경청 필요해
요즘 학교는 갈등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에 학교라는 말을 검색하면 자동완성 문장이 학교폭력입니다. 학교는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람이 모인 사회의 축소판인데, 폭력과 자동연관 검색이 된다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그만큼 갈등을 다루는데 미숙하다는 뜻입니다.
요즘 학교 구성원들은 갈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교육청과 법원에 외주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서도 갈등을 직면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습니다. 갈등은 서로 다른 욕구가 합의하지 못한 ‘과정 중인 상태’일 뿐이고, 한 개인 또한 평생 뭔가를 선택하지 못해 늘 ‘내적 갈등’을 겪는데 말입니다.
시장에 다녀온 엄마가 아이 방을 열어봅니다. 아이는 학원도 가지 않고 신나게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채팅을 하는지 욕설을 섞어가며 정신없이 자판을 두드려 댑니다. 엄마는 불쑥 컴퓨터 전원코드를 뽑고는 방을 나와버립니다. 자, 이제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요? 수업 중 아이들에게 가상으로 이런 상황을 제시하면, 아이들은 분노를 폭발하는 메소드 연기를 펼칩니다. 자신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옛날에 ‘애태타’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주 추악한 외모로 이름이 났습니다. 거기다 낙타처럼 등이 굽었고 어리석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와 함께하면 그를 사모하여 떠나지 않고, 여자들은 다른 사람의 처가 되기보다 그의 첩이 되겠다는 이가 부지기수였습니다. 많이 배워 학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을 죽음에서 구해준 적도 없으며, 재산을 모아 남에게 베풀어 준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모두가 그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비결은 경청과 동조였습니다.
인도에서 평생 빈민 봉사에 헌신한 ‘테레사’ 수녀가 한 방송국에 출연했습니다. 뉴스진행자가 “당신은 하느님께 무엇을 기도하십니까?”하고 묻자 수녀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듣습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한 진행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당신이 듣고 있을 때 하느님은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그러자 수녀가 대답했습니다. “하느님도 듣습니다.”
경청에 관한 두가지 에피소드입니다. 듣는 것 자체가 따듯한 햇살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들이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물을 줄 알아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니?” “그때 어떤 느낌이 들었어?” “무엇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어?”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이처럼 ‘①주된 화제를 찾고 ②행동과 감정을 분리하며 ③감정의 배경인 욕구를 탐색하고 ④만족할 만한 약속을 찾아 타협하기’의 과정이 그 한 방법입니다.
갈등은 밤송이와 같습니다. 가시 돋친 입장만을 내세우며 서로를 찌르기 때문입니다. 섣불리 맨손으로 밤송이를 잡거나, 억지로 밤송이를 벌리려고 할 때 크게 상처를 입습니다. 그러나 햇살은 저절로 밤송이를 벌어지게 합니다.
가시처럼 뾰족한 그의 ‘입장’은 가시 속 알밤 같은 ‘숨은 욕구’를 지키기 위한 방어일 뿐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경청, 서로가 원하는 것을 인내하고 함께 들어주는 ‘존중의 햇살’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