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당 만오 선사 49재 막재, 통도사 서축암서 엄수
5월 3일, 전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종범 스님 법문 “많은 걸음을 옮기지 마시고, 해탈의 경계에서 자재하시라”
자비보살의 삶을 실천한 도원당 만오 선사의 49재 막재가 5월 3일, 영축총림 통도사 서축암(감원 성오 스님)에서 엄수됐다.
이번 법회는 만오 선사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생애를 통해 펼쳐온 자비 나눔과 전법 원력을 되새기며 회향의 의미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49재는 장엄한 불단 앞에 마련된 영정과 위패에 헌향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법당 안에서는 스님들이 위패 앞에 나란히 서서 염불을 이어갔고, 사부대중은 합장과 예불, 참선으로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외부 천막에는 많은 참배객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회향의 뜻을 함께했다.
이날 법회에는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와 WISE캠퍼스, 조계종 바라밀요양병원, 로터스월드, JTS, BTN, BBS 등 만오 스님의 유산을 계승해온 여러 기관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합장으로 예를 올리고, 선사의 자비심과 실천 정신을 기리며 정성을 다해 예참에 임했다.
특히 이날은 전 중앙승가대학교 총장인 종범 스님의 회향 법문이 예정되어 있어, 대중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종범 스님은 법문에서 만오 스님의 생전 원력을 조명하고, 자비보살의 삶과 회향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법석을 마련했다. 법문에 앞서 만오 스님의 상좌인 도원 스님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네며 위로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만오 스님은 평생을 자비와 나눔, 인재불사에 헌신한 대표적 보살행 실천자로 평가받는다. 생전 동국대학교에 20억 원 이상을 기탁해 교육과 장학사업에 앞장섰으며, 지구촌공생회를 통해 아프리카 케냐에 중·고등학교를 세우고, 동남아 지역 학생 30명을 후원하는 등 국경을 넘은 나눔을 실천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어린이재단, 조선족 노동자 의료비 지원 등도 그의 회향 대상이었다. 또한 병마와 투병 중에도 여섯 명이 함께 쓰는 다인실을 선택하며 검소한 삶을 살았고, 기증받은 물품과 음식을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며 “나는 좋은 것 필요 없다”는 평소 말씀을 실천했다. 스님의 방에는 아파트에서 버린 중고 책상과 가구가 자리했고, 행주 하나도 꿰매어 다시 쓸 만큼 절약과 회향의 정신을 실천했다. 스님은 지난 3월 18일 법랍 59세, 세납 88세로 원적에 들었다.
이날 종범 스님은 13년 만에 서축암 법좌에 올라 법문을 시작했다.
스님은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다”며 참례자들에게 인사한 뒤, “만오 스님은 불문에 귀의하신 뒤 평생을 수행자로 사셨고, 생전에 공덕을 많이 지으셔서 별도의 행사가 없더라도 극락세계에 반드시 왕생하실 분”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는 법문 중설(重說)을 통해 공덕을 더하기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법문을 거듭거듭 말함으로써 긴 하늘에 구름이 일고, 비단 위에 꽃을 뿌리는 것과 같은 공덕이 된다”고 말했다.
종범 스님은 이날 법문을 “만오 스님께 올리는 첫 번째 법문”이라며,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설법을 시작했다.
법무자성 이타위성 법법무법 생생무생(法無自性 以他爲性 法法無法 生生無生)
법공유심 구경청정 영명성각 상방광명(法空唯心 究竟淸淨 靈明性覺 常放光明).
스님은 “모든 법은 자성이 없고, 인연 따라 성립되며 본래 태어남도 없다. 남는 건 오직 마음”이라고 해설하며, “삼계에 있는 모든 것이 유심, 곧 한 마음의 작용”임을 강조했다.
이어 ‘보리무루성 본래상청정(菩提無漏性 本來常淸淨)’을 언급하며, “청정한 마음은 억지로 닦는 것이 아니라 본래 그대로 청정한 것”이라고 설했다. “허공을 보기 위해 땅을 팔 필요가 없듯, 본래 마음도 집착만 없으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망상은 허락 없이 오고 사라진다. 생각에 집착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로써 해탈은 “보되 보지 않고, 듣되 듣지 않는 집착 없음의 실천”임을 설명했다.
‘무주묘일념 함탄십방공(無住妙一念 含呑十方空)’ 게송을 인용한 스님은 “머무름 없는 묘한 한 생각이 시방 세계를 삼킨다. 이는 마음의 대자유이며, 불이(不二)의 경계”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의 만오 선사께서 어디로 가시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많은 걸음을 옮기지 말고 해탈의 경계에서 자재하시라”고 당부했다. 이어 고인의 서원 ‘면전일로 여현직 거래왕복 무괘애(面前一路如絃直 去來往復無罣礙)’를 인용하며, 해탈의 길은 눈앞에 펼쳐져 있고, 자유로운 왕래에 걸림이 없음을 강조했다.
스님은 “법통달은 법이 공함을 아는 것, 심통달은 마음이 광명함을 아는 것. 초연히 물외를 벗어나 자재행하는 것이 선지식의 삶이다”며 법문 마지막에 게송으로 왕생을 축원했다.
“기혹미연 승불신력 십념염불 직왕극락( 其或未然 承佛神力 十念念佛 直往極樂)”
이는 혹 해탈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부처님의 신력에 의지해 열 번 염불로 극락에 왕생하라는 뜻이다.
종범 스님은 “이는 만오 스님의 공덕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대비하여 드리는 발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돈오무생 속득보리 광도중생 동성정각 (頓悟無生 速得菩提 廣度衆生 同成正覺)” 이라는 게송으로 법문을 마무리하며, “즉각 깨달아 보리를 이루고, 모든 중생을 제도해 함께 정각에 이르자”고 말했다.
아래는 게송 전문
법무자성 이타위성 법법무법 생생무생
法無自性 以他爲性 法法無法 生生無生
법공유심 구경청정 영명성각 상방광명
法空唯心 究竟淸淨 靈明性覺 常放光明
무명일념 은은무적 원명일념 현현혁혁
無明一念 隱隱無跡 圓明一念 現現赫赫
보리무루성 본래상청정 단용차성심 행행실정용
菩提無漏性 本來常淸淨 但用此性心 行行悉淨用
어념부착념 어상부착상 무주묘일념 함탄십방공
於念不着念 於相不着相 無住妙一念 含呑十方空
수연여시 금일각령 향심마처거
雖然如是 今日覺靈 向什麼處去
불리다보 해탈경계 자재우자재
不離多步 解脫境界 自在又自在
면전일로여현직 거래왕복무괘애
面前一路如絃直 去來往復無罣礙
다소달자등차로 초연물외자재행
多少達者登此路 超然物外自在行
자재행 자재행 진쾌활 진쾌활
自在行 自在行 眞快活 眞快活
기혹미연 승불신력 십념염불 직왕극락
其或未然 承佛神力 十念念佛 直往極樂
돈오무생 속득보리 광도중생 동성정각
頓悟無生 速得菩提 廣度衆生 同成正覺
십념왕생 왕생극락원 상품상생원 광도중생원
十念往生 往生極樂願 上品上生願 廣度衆生願
십념염불
十念念佛
원공법계제중생 동일미타대원해
願共法界諸衆生 同入彌陀大願海
진미래제도중생 자타일시성불도
盡未來際度衆生 自他一時成佛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