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여성불자회, 고운사로 올해 첫 쓰담순례
4월 19일, 김의정 회장 등 98명 화재 현장 돌며 치유·격려 기도 4월 29일, 복구 기금 전달 예정
조계종 전국여성불자회(회장 김의정)가 4월 19일 올해 첫 ‘쓰담순례’ 일정을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진행했다. 당초 순례는 해남 대흥사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최근 산불로 피해 입은 고운사를 위로하기 위해 일정을 변경했다.
전국여성불자회의 ‘쓰담순례’는 전국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회인 개개인의 신심을 북돋우기 위한 순례 프로그램이다. ‘나의 마음을 쓰다듬고, 뭇생명을 쓰다듬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순례는 은해사, 불국사, 화엄사, 봉선사, 수덕사에 이은 여섯 번째로, 김의정 회장을 비롯해 98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회원들은 고운사 일주문 앞에 모여 “푸른 새잎과 꽃들 사이로 화마가 지나간 산맥을 보며 가슴이 내려앉았다” “아직도 나무 탄 냄새가 진동한다” “이곳 스님들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조차 안 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길에서는 불에 탄 소나무와 깨진 기왓장 사이 견뎌낸 범종을 둘러보며 뭇생명의 평안을 기원했다.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흙, 물, 불, 바람은 모두 우리의 만물이지만 많으면 화가 된다’는 종정 스님의 가르침을 인용해 ‘무상의 이치’를 일깨웠다. 등운 스님은 “무상의 이치를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몸소 깨닫게 하려고 자연이 일시에 이런 변화를 준 것 같다”며 “무상의 이치를 깨달아야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 이번 화재를 공부 삼아 더욱 수행정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의정 회장은 “자연 앞에 인간은 작은 미물에 불과한 존재로, 더욱 겸손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며 “그나마 고운사에 대웅전과 나한전, 명부전과 공양간, 템플스테이 체험관 등이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주지스님을 비롯한 고운사 스님들과 불자들의 기도 원력 덕분이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여성불자회 대표를 역임한 박남수 지도위원은 화재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박 지도위원은 “화재가 발생한 날 부처님을 옮기면서 울고, 절이 전소됐다는 뉴스에 울고, 다음 날 아침 이렇게 남아있는 전각을 보면서 울고 또 울었다”며 “지금도 고운사라는 말만 들으면 눈물이 나지만, 이렇게 고운사를 응원하고 격려해주기 위해 먼 길 달려와 준 회원들이 있어 큰 위로가 된다”고 감사를 표했다.
회원들은 경내에 남은 전각을 일일이 찾아 치유와 격려의 기도를 올리며 고운사의 조속한 복원을 발원했다.
한편, 전국여성불자회는 3월 27일부터 고운사 복원을 위한 긴금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모연된 기금은 4월 29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오는 6월 쓰담순례는 제3교구본사 신흥사와 낙산사 일대에서 이어진다.
김내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