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롱 식당 간판…“상식 밖” 비판에 결국 교체

업체 측 “다음 주 철거” 입장 밝혀 불교계 "경각심 가져야" 한목소리

2025-04-10     하성미 기자
경북 경주 황리단길 ‘교리숯불갈비’ 간판. 승복을 입고 염주를 든 채 혀를 내민 캐릭터가 사용돼 불교계 조롱 논란이 일었다. 업체 측은 간판 교체 입장을 밝혔다.

경북 경주 황리단길의 한 식당이 불교 수행자 복장의 캐릭터를 간판에 사용해 조롱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업체 측이 해당 간판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된 간판은 ‘교리숯불갈비’라는 상호의 식당 안내 간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간판 속 캐릭터는 승복을 입고 염주를 든 채 혀를 내민 소의 모습으로, 불교계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교를 희화화한 상업주의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불교 수행자의 복장이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 교리’와 정면으로 배치된 고기 요리점에 사용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이 같은 지적에 가게 측은 간판 교체 방침을 밝혔다. 4월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계자는 “현재 간판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며 “교체 작업에 시간이 소요돼 다음 주 중으로 변경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와의 통화를 요청하자 “이 입장이 공식 입장”이라고 짧게 답했다.

지역 불교계도 이번 논란을 단순한 마케팅 실수로 보지 않고, 종교 상징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안을 접한 정분남 부산여성불자회 회장은 즉시 경주시청에 문제 간판 관련 민원을 전달했다. 정 회장은 “불교의 상징이 상업적 도구로 전락하는 일에는 반드시 제동이 걸려야 한다”며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감수성을 지키는 일은 행정기관과 시민, 불자 모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동국대 WISE캠퍼스 죽림회 회장 도연 스님은 “다행히 발 빠른 대처로 간판이 곧 교체된다고 하니 감사한 마음”이라며 “이번 일을 통해 신행의 품격을 지켜낸 불자들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고, 앞으로도 불교의 상징과 정신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