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화마 할퀸 자리, 자비로 치유를
2025-04-07 현불뉴스
3월 21일 성묘객의 실화로 시작된 영남 산불은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듯하다. 3월 30일 주불이 진화된 영남 산불은 서울 면적 80%에 달하는 4만8238ha의 대지를 태웠고, 사망 30명, 부상 45명 등 모두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주택 3000여 채, 국가유산 30건, 농업시설 2000여 건 등 모두 6000여 건의 시설 피해가 났다.
고찰과 전통사찰들이 대부분 산에 있는 만큼 불교계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의성 고운사·운람사·만장사, 청송 수정사·보광사, 안동 용담사 등 총 6곳의 사찰이 산불 피해를 입었고, 불교문화유산(국가지정유산, 경북 유형문화유산) 피해는 9건으로 확인됐다.
불교계를 비롯한 한국 사회는 조속한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기금을 모으고,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불교계의 자비행은 비단 피해 사찰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고운사는 봉축 예산을 지역의 이재민들을 지원하는 데 회향하기로 했다. 매년 난치병 어린이 돕기를 위해 진행한 1080배 정진 모금 운동도 이재민 돕기 운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대표적인 불교 사자성어가 ‘빈자일등(貧者一燈)’이다. 거지 여인이 모든 것을 바쳐 밝힌 등불은 세찬 비바람에도 홀로 빛났다.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 자비의 연등을 밝혀 치유하자. 불자와 국민의 서원과 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