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태의 요즘 학교는] 14. 대화법 특강: 존중의 햇살(1)
사랑하기 위해선 ‘경청’ 해야 합니다
오늘은 대화법 특강입니다. 대화를 하는 것도 배워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이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수많은 대화를 나누어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갈등을 일으키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 대화라는 것이 저절로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자와 소의 사랑 이야기>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사자와 소가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습니다. 사자는 날마다 신선한 고기를 잡아 소에게 주었고, 소는 날마다 신선한 풀을 뜯어 사자에게 주었습니다. 아무리 날이 덥고 짓궂어도, 아무리 몸이 아프고 힘들어도 이들은 정말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노력할수록 더 어긋나기만 하고 더 외롭다고 말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모른 채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 볼 것은 ‘사랑과 집착의 구분’입니다. 쉽게 말해 ‘사랑’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고, ‘집착’은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사랑한다면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고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줍니다. 특히 부모와 자식 간에 벌어지는 갈등 대부분은 부모가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받지 못한 괴로움과 부모님의 소중한 선물을 거부하는 데서 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합니다. 그동안 많은 학부모 강의를 통해 사랑과 집착의 차이를 설명했지만, 잘 되지를 않습니다. 집착이 오히려 사랑보다 더 사랑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경청’을 해야 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傾) 들어야(聽) 합니다. 이렇게 상대가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을 ‘존중’이라고 합니다. 누군가 나의 말을 잘 들어주고, 나의 마음에 공감해 줄 때 우리는 크게 위안을 얻고 대접받는 느낌이 듭니다. 존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존중을 경험할 때 또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울면서 돌아옵니다. 애들이랑 선생님들이 다 자기만 미워한다고 오열합니다. 조금 욕하고 때린 거 가지고 자기를 왕따시킨다며 억울해 합니다. 이때 엄마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과연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공감하며, 사랑과 경청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행동과 감정은 분리’해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엄마 손을 떨치고 달리다 넘어진 아기는 먼저 달래주고 상처를 치료해 준 다음에 조심히 걷도록 다시 안내합니다. “그러면 다친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소리쳐봤자, 엄마도 힘들고 아기도 더 자지러지게 울어댈 뿐입니다. 감정은 옳고 그름이라는 도덕적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그 자체로 존중의 대상입니다. 뻔뻔함과 적반하장의 감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감정은 그냥 그렇게 타고난 정신의 육체일 뿐입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상대의 문제행동과 감정을 동일시할 때 갈등은 영원히 평행선을 달립니다.
모든 문제행동은 그의 숨은 욕구를 발견하는 단서일 뿐입니다. 상대가 진짜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는 ‘존중’의 의미를 알 때 우리 마음은 따뜻한 햇살이 되어 그를 비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