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미의 심심톡톡] 분노 제대로 보고 표현해야 관계 개선

35. 분노의 화살을 멈추게 한 부처님, 분노 시리즈 (8)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 위해 ‘소통’ 필요 소통, 진실함과 안전함 속에서 표현해야 여법한 관계 위한 첫걸음, ‘분노’ 체크

2025-03-31     하성미 기자

“많이 좋아졌어요.”

근황을 묻자, 환하게 웃는 상희(가명) 씨의 얼굴이 봄꽃보다 밝게 느껴졌다. 그녀는 분노시리즈를 처음 적기 시작할 때 소개했던 내담자다. 당시 그녀는 집에 들어오는 아이에게 컵을 던지며 악을 쓰고 나가라고 소리쳤고, 이후 깊은 자책감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몇 개월 동안의 상담 후에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불안한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고, 말하는 표정에서도 부드러운 미소가 보였다.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화가 날 때 잠시 멈출 수 있게 되니까 안심이 되더라고요. 내 감정을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것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지난날의 고통이 떠오른 듯, 상희 씨는 다시 울컥하며 말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안아줬어요. 그리고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너에게 많이 잘못했어’라고 말해줬어요.”

눈물 어린 사과 뒤에 건넨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도 아이는 밝게 웃었다고 했다. 상희 씨의 분노는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정한 애착에서 비롯된 고통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향한 사랑이 치유의 원동력이 됐고, 그녀는 스스로 변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분노 시리즈는 총 7차례에 걸쳐 다양한 분노의 형태를 다루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먼저 알아차리고 멈추는 연습, 그리고 자신의 분노를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분노의 유형을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 꾸준히 연습하면 분노 조절은 가능해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제 분노 시리즈의 마지막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상희 씨는 불안정한 애착으로 인해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종종 분노에 휩싸였다. 그러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녀를 변화로 이끌었고, 치유를 향한 강한 의지가 되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과거의 불안정한 애착을 극복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치유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담자의 변화 의지다. 상희 씨의 경우, 좀 더 좋은 엄마가 되고자 하는 진심이 분노를 진정시키는 감로수가 되었다. 그녀가 온전히 사랑을 주고받으며 관계의 안정감을 찾게 된 것은 강한 의지와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상희 씨는 분노를 알아차리고 멈추며 자신의 마음을 통찰한 뒤, ‘표현’이라는 도구를 활용했다. 이것이 그녀가 얻은 가장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표현’이란 단순히 감정을 폭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오해한다. 때때로 일부 상담 치유자들에게는 화가 나면 발산하라고 권유하며 몽둥이로 물건을 두드리거나 힘껏 패는 행동을 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표현이 아니라 분출에 가깝다. 물론 분출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분출도 결국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표현을 하도록 돕는 도구들 가운데 하나이다.

분노라는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통찰한 후에야 비로소 진짜 감정이 보인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진정된 이후에도 중요한 단계가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이다. 사람들은 좀 더 친밀하고 따뜻한 관계를 위해 분노를 참거나 소통을 시도한다. 그러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분출이 아닌 적절한 ‘표현’이 반드시 필요하다. 적절한 표현은 소통의 물꼬를 트고 관계를 회복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건강한 표현을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진실함’과 ‘안전함’이다. 진실하게 마음을 전달해야 하고, 상대방이 그 진심을 수용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비로소 마음이 온전히 전달된다. 말로는 간단해 보여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분노는 종종 정서적인 고통을 덮어버리는 역할을 한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진짜 감정을 차단할 때 분노나 짜증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거나 숙제를 하지 않을 때 화를 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걱정과 염려, 그리고 아이가 성실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진심이 깔려 있다. 만약 “정말 걱정되고 염려돼. 네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갑갑해져서 화를 내게 돼”라고 진심을 표현할 수 있다면 이것이 진정한 ‘표현’이다.

또 다른 예를 본다. 한 남자가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자 친구에게 비싼 선물을 준비했다. 하지만 여자 친구는 그의 거칠어진 손을 보고 “선물을 환불해야겠다”고 말했다. 남자는 자존심이 상해 선물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크게 다툰다. 그러나 만약 남자가 “내 선물을 기쁘게 받아주길 바랐는데, 환불하자고 하니 성의가 무시된 것 같았어”라고 진심을 전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분노 뒤에 감춰진 속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소통은 시작된다.

분노 시리즈를 처음 시작하며 언급했던 사냥꾼 꾹꾸따밋따가 떠오른다. 분노를 참지 못해 부처님께 화살을 겨누었던 꾹꾸따밋따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활과 화살을 내려놓는다.

우리도 마음을 감추기 위해 사용하던 분노의 화살을 내려놓아야 한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따뜻한 관계로 가는 첫걸음은 분노를 제대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사례는 내담자 보호를 위해 취지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