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사 만세루·용담사 무량전 전소…사찰 피해 확산
경북 사찰, 산불 피해 이어져 사찰 지킨 스님, 화마에 희생
지난 3월 22일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산불이 경북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영남지역 사찰 피해도 커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3월 26일 청송까지 확산된 산불로 인해 경북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비구니 사찰 청송 보광사의 만세루가 소실됐다.
보광사 만세루는 조선 세종이 부사 하담(河澹)에게 명해 건립한 청송 심씨 시조인 심홍부(沈洪부)의 묘재각(墓齋閣)이다. 자연석 기단에 자연석초석을 놓고 원기둥을 세운 주심포계 누각이다. 건립연대는 정확히 전해오는 기록이 없으나, 월막리에 15세기 건립된 찬경루와 같이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다행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보광사 극락전은 화마를 피했다.
보광사 주지 무구 스님은 “불길은 10km 정도 떨어진 안동 길안면에서 40분 만에 청송지역을 덮었다. 이번 산불이 청송지역 8개면을 다 휩쓸고 가면서 지역의 피해도 큰 상황”이라며 “보광사는 총 9개동 가운데 만세루와 요사채 등 2개 동이 소실됐지만 만세루와 세 걸음 떨어진 보물 ‘극락전’은 다행히 온전한 상태로 남았다. 부처님의 가피”라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사찰 내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뒷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의성 만장사는 3월 26일 전각 7동 중 5동이 전소됐으며, 나머지 두 동의 건물도 크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유형문화유산인 석조여래좌상은 방염포로 포장해 일부만 훼손으며, 소장 불상 2점은 군청 관할 박물관으로 이운됐다.
안동 용담사의 무량전(경북도문화유산자료)과 용담사 금정암 화엄강당(경북도문화유산자료)은 소실됐으며, 통일신라시대 석불상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던 의성 관덕동 석조보살좌상(경북유형문화유산) 또한 전소됐다.
산불에 사찰을 지키던 스님이 화마에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도 이어졌다. 법화종 등에 따르면 경북 영양군 석보면 법성사 주지 선정 스님이 소사 상태로 발견됐다. 3월 25일 오후 5시 40분쯤 산불이 석보면으로 확산됐고, 영양군은 주민에게 대피할 것을 알렸다. 하지만 선정 스님은 법성사 대웅전 옆 건물에서 입적해 있었다.
주민 한 모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끝까지 남아 사찰을 지키다가 돌아가신 것 같다”면서 “스님은 혼자 사는 이들을 재워주고, 음식을 나눠주는 등 항상 남을 위해 베푸셨다”고 애도했다.
이번 산불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산불의 영향 구역은 3만3204㏊로, 2000년 강원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어섰다.
3월 27일 오후 2시 기준 인명 피해는 사망 27명, 중상 8명, 경상 22명 등 총 57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