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확산에 세계유산 안동 봉정사 유물 긴급 이송
국보·보물들 국립대구박물관으로 이송 청송까지 불길 번지며 대전사도 위태 영주 부석사에도 유산청 관리자 급파 의성 만장사·안동 용담사 전소 이어져 진우 스님, 26일 직지사서 성보 점검
경북 의성에서 시작해 나흘째 확산 중인 산불이 안동 하회마을까지 위협하는 가운데, 안동 봉정사의 유물 소실을 막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국가유산청은 국보인 극락전과 대웅전, 보물인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비롯한 국가유산이 있는 세계유산 안동 봉정사의 유물을 긴급 이송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봉정사는 2018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에 포함된 사찰이다. 대웅전, 극락전이 각각 국보로 지정돼 있으며 영산회 괘불도, 아미타설법도, 영산회상벽화,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보물도 여럿이다.
국가유산청은 5t 규모의 무진동 차량 2대와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목조관음보살좌상, 괘불, 후불탱화 등을 국립 대구박물관으로 옮기고 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대웅전 벽화나 일부 보물은 봉정사 유물전시관인 성보관에 보관한다. 성보관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조성돼 약 12시간 정도 화염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이 국가유산청의 설명이다.
앞서 산림 당국은 3월 25일 3천500ℓ 상당의 진화용수를 실은 차량(유니목) 9대와 인력 50여명을 서후면 태정리에 위치한 봉정사에 투입했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하회마을 인근까지 접근하자 강풍을 타고 불씨가 날아들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다. 진화 대원들은 사찰 주변에 지연재가 섞인 용수를 뿌리며 화재 예방에 총력을 기울였다.
바람아 거세지며 저녁부터는 청송군에도 산불이 번지면서 주왕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대전사도 현재 위태로운 상태다. 대전사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보물 보광전 등 문화유산이 있다.
산불이 북상하자 영주 고찰 부석사 역시 국가유산청 관계자들이 보호 작업을 위해 25일 밤 급히 출동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부석사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건축물이자 배흘림 기둥의 미학으로 널리 알려진 무량수전 등 국보 5점과 안양루, 삼층석탑 등 보물 10점이 있다.
한편 3월 25일 의성 만장사와 수정사, 안동 용담사와 봉황사가 전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불과 연기로 인해 현장접근이 불가해, 정확한 전소 규모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비안면 화장산 중턱 만장사는 경상북도 시도유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장사 석조 여래 좌상’을 보유하고 있다. 용담사 불상 4점과 탱화 5점, 기타 문화재 5점은 안동 세계 유교문화박물관으로 미리 옮겨진 상태다.
조계종은 이날 오후 총무부장 성화 스님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사찰 피해 확인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3월 26일 오전 6시에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김천 직지사를 방문, 경북북부지역 성보의 안전한 이운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