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과 출세간] 트럼프 2기 상호주의 결과는 ‘공멸’
우크라 향한 트럼프, 조폭 같아 일방적 희생 요구하는 상호주의 종국엔 미국 및 세계 모두 손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취임하고 2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의 후폭풍이 매우 거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트럼프의 정책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이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동맹국과의 전통적인 협력 관계도 재고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다. 이러한 입장은 주로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을 종결시키려는 트럼프의 개입은 상당히 노골적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향하는 트럼프의 시선은 탐욕의 화신처럼 보인다. 정상회담에서 보기 드문 외교적 결례를 연출했던 미국이 군사 원조 및 정보 공유 중단 등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한 끝에 광물 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은 보호세를 요구하는 조직폭력배나 악덕 고리대금업자를 연상시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초래하는 파급효과도 외교정책 못지않다. 미국에 대한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만큼 미국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상호관세 정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행동에 맞서 상대국도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내게 된다. 유사한 사례를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 이미 경험했고, 현재도 유사한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여파는 단순히 세계 무역 질서의 혼란으로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의 일상적인 경제생활도 위협을 받게 된다. 최근 급격히 치솟은 미국의 달걀 가격 폭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외신들을 접하게 되면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총성 없는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세우는 상호관세 정책은 상호주의의 가면을 쓴 미국 우선주의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상대국들의 저항은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양측 모두의 손해로 이어질 것이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연기의 법칙이 여기에도 관철된다는 점을 통찰하면, 이미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된 국제분업 체계 속에서 상대국들의 손해와 저발전이 미국에도 여파를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해 보인다.
상호주의는 연기적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지만, 그것의 실제적 내용이 어떤 방향성을 갖느냐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대등한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상호주의는 모두의 발전과 상생으로 이어지겠지만,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어느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상호주의는 궁극적으로 양측 모두의 파멸로 귀결된다.
따라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상호주의의 길을 찾아야 한다. 자비심에 근거한 약자에 대한 배려가 상생의 상호주의로 나아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그러나 이 배려가 강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강자를 향한 존중과 약자에 대한 배려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중도의 관점에서 성찰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시대적 맥락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고민은 인간만의 이익이 아니라 뭇 생명의 이익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