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무소유의 선사 만오 스님이시여! 극락왕생 하소서”

3월 20일, 통도사 연화대서 다비식 거행

2025-03-20     하성미 기자

“기부할 수 있도록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베품의 길을 걸어온 도원당 만오 스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빈곤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의지처로 평생을 살며 미래인재불사를 위해 나눔을 실천한 만오 스님이 3월 20일 통도사 연화대에서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로 돌아갔다. 스님의 생애는 남을 위한 이타 보살행으로 이어진 헌신의 길이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눔의 실천은 멈추지 않았다.

다비식에 앞서 만오 스님의 법구는 동국대 WISE캠퍼스를 방문했다. 법구는 정각원과 선센터를 지나 백주년기념관에 도착했다. 동국대 학생들은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고 모두 합장하며 아미타불을 염송했다. 스님의 배웅길에 동참한 학생들은 지난 해 영캠프에서 수계받은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불교동아리' 장학생과 자발적으로 추모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줄지은 길을 따라 내빈들은 스님의 영정을 따라 걷고 삼배하며 추모했다. 만오 스님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명예의 전당에서 내빈들은 합장하며 인사를 올렸다.

만오 스님은 동국대 선센터 건립기금 및 관음장학회 등 13억6000만원을 기탁했으며, 임종을 앞두고 20억이라는 거액을 유언 공증했다. 만오 스님은 동국대 최고 기부자로 학생들에게 배움의 희망을 선사했다. 이뿐 아니라 만오 스님은 불교계 국제구호 NGO 지구촌공생회에 2억6천만원을 후원하며 아프리카 케냐에 새로운 희망을 선물했다. 스님의 후원으로 케냐 카지아도주에서는 기숙사를 포함한 만오중고등학교가 건립됐다.

만오 스님의 나눔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님은 자신을 위해서는 최대한 돈을 아끼며, 신장이 망가져 잦은 병원 입원에도 언제나 여섯 명이 모여 복작거리는 다인실을 택했다. 행주 하나가 찢어지면 깨끗하게 빨아 꿰매 쓸 정도로 절약하며, 요사채에 자리한 가구와 집기들은 대부분 주변 아파트에서 버린 물건들을 모은 것이었다. 신도들이 가져다주는 좋은 물건은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좋은 음식도 마찬가지로 절에 일을 도와주러 오는 이들을 위해 아껴두었다가 “나는 이렇게 좋은 것은 필요 없다”며 나누어 주었다.

그 외에도 생명나눔실천본부, 어린이재단, 동남아 지역 학생 30명 후원, 인도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후원금 등 셀 수 없는 나눔으로 평생을 회향했다. 스님은 동국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조선족 노동자가 심장병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이자 모든 병원비와 수술비를 지원해 그를 살려내기도 했다.

만오 스님의 이타행은 단순한 물질적 기여를 넘어, 전 세계의 가난과 고통을 줄이는 보살행의 실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자리에서 류완하 동국대 WISE 총장은 추모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한없이 큰 자비와 나눔을 실천하셨던 만오스님을 추모하며 이 자리에 섰다. 스님께서는 평생 근검절약하시며, 나눔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셨다”며 “특히 우리 동국대학교를 위해 아낌없는 관심과 후원을 보내주셨으며, 스님의 뜻깊은 보시행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펼치고자 하는 큰 원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 학생들이 바른 인성과 지혜를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부해주신 고귀한 뜻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 말했다.

정각원장 법천 스님은 먼저 “이사장 스님께서는 '만오 스님의 마지막 길을 정성껏 모셔야 한다'는 당부의 말씀을 전하며, 소홀함 없이 준비할 것을 강조하셨다”며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이어 왕생발원문을 봉독하며 “대자대비하신 아미타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이 일심으로 기도하오니 오늘 세연을 다하신 도원당 만오 선사께 막힘 없는 크신 위덕 내려지이다. 무생법인 남김없이 요달하시고 위없는 깨달음을 이룩하시어 이 세간에 원력으로 다시 오실 때 모든 이의 성불 인연 갖춰오소서”라고 기도했다.

상좌 도원 스님은 “그동안 정말 감사했고 평생 베풀어 주신 자비와 가르침, 모든 순간이 저에게 큰 축복이었다”며 “제가 몸이 아파 마지막까지 곁에서 잘 모시지 못한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죄송할 뿐이다. 지금 저도 몸이 좋지 않지만, 머지않아 다시 스님을 뵈러 갈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다시 만나 뵙고, 스님의 따뜻한 미소와 가르침을 다시 느끼고 싶습니다”며 작별인사를 전했다.

만오 스님은 3월 18일 오후 4시 세납 88세, 법랍 59년에 원적에 들었다.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난 만오 스님은 19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친의 인연으로 1957년 가지산 석남사로 입산해 명훈 스님을 은사로 1966년 득도했다. 이후 비구니 선지식인 인홍 스님을 모시고 석남사 선원에서 수행하며 정진했다. 1981년 부산 엄궁동에 도원사를 창건한 스님은 기도와 전법에 힘쓰며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비 보살행을 실천했다. 49재는 통도사 서축암에서 진행되며 49재 회향 법문은 5월 3일 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이 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