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연의 수행 다이어리] “삼매 위해선 몸의 ‘청정’ 회복해야”

4. 몸의 정화 자연 상태서 분출된 ‘에너지’ 몸을 맑혀 삼매 세계로 인도

2025-03-07     강소연/ 중앙승가대 교수
바른 집중(정정, 正定)을 하면, 청정한 에너지가 용솟음치게 된다.Copyright 강소연

지난 연재에서 사마타 수행의 과정 중 ‘자연 호흡(또는 자연 상태)’에 대해 언급했다. 사마타 수행은 의식을 하나의 ‘집중 대상’에 계속 붙여 놓는 것이다. 이를 지속할 경우, 의식의 ‘나’로부터의 ‘분리’가 일어난다. 그래서 6근과 6경의 만남(촉觸-수受)으로 유발되는 6식(識)의 전개를 막을 수 있다. 그 결과 항상 출렁이던 파도 같은 마음이 멈추고 고요해진다.

그래서 ‘사마타’를 한문으로 번역하면 ‘지止(멈추다)’ 또는 ‘정定(마음이 그쳐 바르게 되다 또는 흔들림이 고정되다)’이 된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몸도 고요해진다. 번뇌가 차단되니 항상 헐떡이던 호흡이 자연 호흡으로 돌아가고 몸도 자연 상태가 된다. 몸이 자연 상태로 돌아가면, 다음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몸의 정화’이다. 몸의 정화는 삼매로 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러한 과정을 정리하면 ‘①대상에 집중 → ②의식의 분리 → ③몸의 이완(자연 상태) → ④몸의 정화 → ⑤삼매 체험’이다.

몸의 청소

몸이 마음에서 놓여나면 생명체 본래 상태로 주파수가 맞춰진다. 세월의 때로 휘고 굳어진 내 몸이 어릴 적 원활하고 유연한 상태를 지향한다. 그러면 아랫배 깊은 곳에서 갑자기 주먹만 한 크기의 불덩어리가 나타난다. 혜성과도 같은 빛 덩어리가 꼬리를 끌며 매우 빠른 속도로 온몸을 돌아다닌다. 섬광의 속도로 내부 구석구석을 휘감아 돌아다니며 아픈 곳을 치료해 준다. 빛 덩어리가 비강을 지날 때면 고질적으로 앓았던 비염이 한순간 사라진다. 항상 부어서 막혀있던 부비동을 강렬하게 뚫어준다. 또 빛 덩어리가 왼쪽 다리를 지날 때는, 무릎이 갑자기 수 미터 쭉 길게 늘어났다가 다시 줄어들면서 뭉치고 뒤틀린 근육이 일순간에 풀린다.

마치 막혀있던 하수구를 ‘뻥’하고 뚫어주는 느낌이다. 수도 파이프 속에 차곡차곡 쌓여 덩어리진 오물이 청소되면서 콸콸 맑은 물이 흐른다. 우주의 청정한 에너지가 안팎으로 봇물처럼 흐르는데, 이는 난데없이 어디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본래 바탕 자리(허공)에 여여(如如)하게 있던 것이다. 그저 오물(자아 의식과 그로 인한 번뇌)이 드러난 것뿐이다. 청정에너지의 폭발적으로 유입으로 육체적 정화가 일어나는 순간, 바로 삼매로 넘어가게 된다.

청정에너지와 관세음보살

강렬한 청정에너지는 자아의식과 번뇌로 더러워진 내 몸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 것처럼 다시 새하얗게 만들어 준다. 이때 ‘그분이 오셨구나!’라고 직감한다. ‘관세음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을 맑혀주는 청정에너지(자비)를 말한다. 그리고 아미타불이 계신 극락으로 인도하는 안내자로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이 맑아져야 맑은 세계로, 청정한 세계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에너지끼리 상통한다’라는 업의 원리이다.

관세음보살이라는 ‘나를 맑히는 생명 에너지’가 태동하면 고질적인 병이 낫고, 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천근이 빠져나간 듯한 가벼움(경안)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상태는 ‘심-사-희-락(석가모니 붓다께서 말씀하신 사마타의 단계)’ 중 ‘희(喜)’에 해당한다. ‘희’가 어떤 상태인지 대표적인 극락 경전인 〈관무량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팔공덕수(八功德水)’가 분출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팔공덕수는 감로수(甘露水)와도 같다.

현대 의학에서는 명상을 할 때 나오는 호르몬에 주목하고 있다. 이것이 면역력을 급상승시키고 획기적인 치유의 효과가 있음을 알고, 대체 의학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하는 세로토닌, 엄마 품의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옥시토신,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시키는 도파민 등의 호르몬이 명상 도중에 갑자기 다량으로 분비되는데,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이들 호르몬이 팔공덕수에 해당한다. 물론, 중생 차원에서 명명한 호르몬이라는 단위로는 설명 불가능한 기적적인 효능까지 포함하므로, 본 연재에서는 경전의 ‘공덕수’라는 용어를 쓴다. ‘공덕수’라 하는 이유는, 선업(청정업)을 닦은 ‘공덕의 결과’로 나타난 청정수(청정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불교는 선업이든 악업이든 항상 ‘인과(因果)’의 진리를 말하고 있다. 이 인과를 ‘업(業, 카르마)’이라고 한다.

정리하면, 바른 집중(정정, 正定)을 하면 팔공덕수가 터지게 된다. <관무량수경>에 따르면, 팔공덕수는 “청정하고, 향기롭고, 가볍고, 서늘(쾌적, 상쾌)하고, 유연(부드럽고)하고, 아름답고, 맛이 좋고, 병환을 낫게 한다”고 한다. 바로, ‘감로’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