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약국 사용설명서] 4. 약 종류가 왜 이렇게 많아요?
“‘딱’ 맞는 약, 약사와 상담하세요” 약 이름 비슷해도 성분 달라 증상 파악 후 약사에게 문의
“이지엔 주세요.”
“음… 이지엔이 종류가 많아요. 어떤 이지엔을 찾으세요?”
“진통제요. 이지엔6 없어요? 종류가 많다구요? 1부터 6까지 있나요?“
“…그건 아니구요, 어디가 불편해서 이지엔을 찾으시는데요?”
“아니… 다른 약국은 이지엔 달라면 바로 주던데 여긴 왜 몰라? 딱 보면 알아야지.”
여러분들도 이러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평소에 먹던 약을 달라고 하는데도 약사는 계속 무언가를 더 물어봅니다. 그냥 달라는 약을 주면 서로 편하고 좋을 텐데, 그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진통제로 흔히 알고 있는 이지엔6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지엔6애니, 이지엔6프로, 이지엔6이브, 이지엔6에이스, 이지엔6스트롱, 이지엔6나이트. 놀랍게도 이는 모두 서로 다른 성분과 조합의 진통제입니다.
알기 쉽게 소개하자면 부루펜(이부프로펜) 성분의 애니, 맥시부펜(덱시부프로펜) 성분의 프로, 생리통에 알맞은 조합인 이브,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에이스, 탁센(나프록센) 성분의 스트롱, 통증으로 잠 못 이룰 때 숙면에 도움이 되는 진통제인 나이트까지.
이렇게 ‘이지엔6’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지고 각자 다른 많은 제품이 있습니다. 때문에, 그냥 이지엔6를 달라고 하면 어떤 제품이 고객에게 딱 맞을지 약사들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어디가 불편한지 물어보기도 하고, 파란색이요? 분홍색이요? 빨간색이요? 색깔 맞추기 스무고개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같은 이름을 가지고 분류를 다르게 한 제품들을 시리즈 제품이라고도 하는데요, 각 제약사마다 유명한 시리즈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익숙한 피로회복제인 아로나민 시리즈가 그렇고, “설명은 약사님이 하신다”는 광고 멘트로 유명한 비맥스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비맥스는 비맥스 골드, 메타, 메타비, 액티브, 에버프리미엄, 엠지플러스, 제트, 비비 등 8가지 제품군이 존재합니다. 도대체 뭐가 이렇게 많은 걸까요? 이제 슬슬 지루해지고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거지? 진통제도 그렇고 피로회복제도 그렇고, 이렇게 고르기 어려우면, 도대체 뭘 골라야 하는 걸까요?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내 몸에 필요한 제품, 내 증상에 맞는 제품을 고르시면 됩니다. 어느 세월에 익숙하지 않은 꼬부랑 단어로 나열된 많은 제품의 이름과 성분을 일일이 조사하여 분류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할까요?
고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지척에는 이미 그 모든 공부를 끝내고 해당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둔 사람들이 약국에서 흰 가운을 입고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약에 대해 공부하실 필요가 없어요. 약국에 방문하여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고 그것을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됩니다.
진통제를 찾으신다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얼마나 아팠는지, 피로회복제를 찾으신다면 요즘 왜 피곤한지, 어떤 점이 불편한지 자세히 말씀해 주신다면, 여러분은 비슷한 이름의 수많은 시리즈물 중에 딱 맞는 제품을 손에 넣으실 수 있습니다.
“어르신 드실 영양제 하나 주세요” 보다는 “저희 아버님이 60대이신데, 한 달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일주일 입원하신 뒤로 살도 많이 빠지시고 눈도 평소보다 침침하다 하시고 영 기운을 못 차리시네요. 아직 어깨랑 목이 불편하다 하시고요. 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복용 중이시고 술을 즐기시는 편이세요. 약 많이 드시는 걸 싫어하셔서 한 알로 간단히 드실 수 있는 영양제를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살도 좀 찌고 덜 피곤하셨으면 좋겠어요”고 상세히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주어진 정보가 많으면 여러 가지 영양제 중에 고객에게 딱 맞는 조합의 영양제를 추천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B군, 병후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로얄젤리, 눈의 피로에 도움 되는 비타민A 등이 함유되어 있고 근육과 신경의 긴장을 풀어주는 마그네슘과 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우루사(UDCA) 성분이 한 알에 포함되어있는 영양제를 추천할 수 있겠습니다.
또 약국 문이 열리고 고객분이 들어옵니다.
“약사님. 저 아파요..”
“어디가 어떻게 아프세요?”
“가슴이.. 가슴이 아파요.”
“협심증일 수도 있고, 역류성 식도염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여자 친구랑 헤어져서.. 가슴이 너무 아파요...”
그럴 때는 약사를 찾기보다는 청양 장곡사의 약사여래불(국보 제58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의 번뇌를 다스리는 데는 약국의 타이레놀보다는 종교의 따뜻한 타이름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