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약국 사용설명서] 3. 내 몸에 맞는 약은 ‘스스로’ 고르자

내 몸에 맞는 영양제 고르는 방법 사람마다 맞는 약은 ‘천차만별’  지인 추천 말고 약사에게 묻길

2025-02-07     임종섭 /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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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양반, 약국에 이거 있는가?”

가끔 약국에 방문하시는 어르신이 다짜고짜 내 눈앞에 핸드폰을 들이민다.

제품의 형태가 눈앞에서 흐릿하게 아른거린다.

‘벌써 노안이 온 건가. 어디선가 본 제품 같은데… 잘 안 보이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여전히 사진이 흐리다. 

“아버님, 사진을 너무 흔들리게 찍으셨는데요..”

문제는 내 눈이 아니라 어르신의 수전증이었다. 아니면 대충 사진을 찍어 전송한 어르신 친구분의 무심함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가까스로 알아본 사진 속의 제품은 생약 성분으로 된 협심증 치료에 사용하는 일반의약품이었다.

“내 친구가 이게 그렇게 좋다던데!”

“어떤 점이 그렇게 좋다고 하시던가요?”

“몰라~ 그냥 좋데!! 친구 딸래미가 사준 건데 나도 한 번 먹어보래~.”

“아버님, 이건 심장 혈관이 좁아져서 답답하고 가슴에 통증이 있거나 숨쉬기가 힘들 때 치료 목적으로 드시는 일반의약품이에요. 그냥 막 드시는 영양제가 아니에요. 심장에 문제가 없는 분이 드시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이거 먹으면 잠도 잘 오고 편하다고 하더라고! 하나 줘. 그냥 하나 줘. 나도 먹어보게~.”

오늘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약국에서 자주 찾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 바로 내 친구가 먹는 약에 관한 것이다.

위 예시와 같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약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박카스는 아주 유명한 피로회복 드링크지만, 카페인이 들어있어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파킨슨병 치료를 위해 레보도파라는 성분의 약을 복용 중인 누군가에게는 약의 효과를 줄여 병의 증세가 깊어지기도 한다.

편하게 복용하는 비타민C 역시 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위장장애나 구토, 복통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모든 사람, 모든 증상에 좋은 약이란 세상에 없다. 사람마다 가진 질병이 다르고 몸의 상태가 다르기에 모든 병을 치료 가능한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수많은 약이 존재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은 각자 생활습관과 식습관이 다르고, 유전적인 이유로 몸에 부족한 영양소가 있어서 생활에 불편함이나 고질적인 질병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것은 고혈압일 수도 있고, 고지혈증일 수도 있고, 당뇨일 수도 있다.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도 단순히 어깨가 잘 뭉치거나, 담이 잘 걸리거나, 배탈이 자주 나는 등의 불편함이 바로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를 넌지시 알려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양제를 비롯한 약은 각각 성분과 조성이 다른데 그 성분들이 자신의 질병과 영양학적 불균형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자신에게 딱 맞는 약이다.

그러나 나에게 알맞는 약이 다른 사람에게도 적합한 약이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지인의 추천으로 좋은 영양제를 고르는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약국에서 영양제를 선택할 때는 나의 건강 상태를 잘 설명하여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영양제를 추천받을 것이 좋지 않을까? 

약국에 가서 영양제를 구매할 때는 세 가지 정도만 미리 생각하여 약국을 방문해보자. 

첫째, 내가 어떤 종류의 불편함을 느끼는가? 
예) 잠을 깊게 못 자고 피로감이 심하다.

둘째, 내가 평소 어떤 질병이 있으며, 어떤 약을 복용 중인가? 
예)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고 있다.

셋째, 내가 이 제품을 복용함으로 인해 향후 어떠한 결과를 기대하는가? 
예) 잠을 푹 자고 생활에 활력이 좀 생겼으면 좋겠다.

이 정도만 미리 생각하여 약국을 방문해 상담을 받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아주 높은 확률로 당신에게 딱 맞는 영양제를 추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임종섭 /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친구의 경험에 귀를 팔랑거리기보다는, 내 몸이 나에게 전하는 말에 진중히 귀를 기울여보자. 
우린 친구의 경험과 추천이 그리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을, 주식 투자 경험에 빗대어 이미 몸서리치게 알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