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연의 수행 다이어리] ‘힘’ 빼고 무의식의 자연 호흡 회복해야
3. 힘 빼기 수행 초기 자꾸만 들어가는 ‘힘’ ‘자아’와 연관된 집착서 비롯돼
수행할 때 중요한 것은 ‘힘 빼기’이다. 특히 화두 참구와 같은 사마타 수행의 경우, 하나의 대상에 계속 집중하는 방식을 택하기에, 집중이라는 강한 의도가 일어나면 몸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호흡’ 또는 ‘이뭣고’ 등 집중 대상을 설정하면, 자신이 기존에 노력하던 방식대로, 마치 100m 계주인 양 주먹을 꼭 쥐고 목표를 향해 힘껏 뛰게 되는데, 이는 처음이라 달리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집중과 긴장
수행에 있어 하나같은 강조점은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자연스럽게’다. “하나의 대상에 계속 집중하되 힘을 빼라니?” ‘집중과 그것의 유지’를 위해 당연히 용을 쓰게 되고, 그러면 몸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긴장을 풀면 집중이 안 되고, 집중하면 긴장이 들어간다. 테니스 선수들이 스윙할 때 어깨에 힘을 빼는 데에만 3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집중과 긴장’은, 아직 자아와 분리하여 관찰하는 방법을 모르는, 수행 초보에게는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꾸준히 좌선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힘이 빠지는 때가 온다. 필자가 사마타 수행을 처음 접했을 때, 약 8시간이 넘으니 몸의 힘이 저절로 빠졌던 기억이 난다. 몸의 무상성으로 인해, 긴장 상태가 그렇게 오래도록 지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처음 좌선할 때는 저절로 힘이 빠질 때까지 좌선을 유지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하지만, 이같이 장기간의 좌선에는 법사의 지도와 도반의 호법이 필수이다.
자연 호흡·상태
수행할 때, ‘힘 빼기’ 또는 ‘자연 호흡’이라는 과제는 결코 쉽지 않다. 수행하려는 ‘의도’와 함께 일어나는 ‘집착(또는 취착)’을 빼라는 것인데, 이는 ‘자아(에고ego)’ 의식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힘 빼라’는 것은 ‘나(자아)를 빼라’는 말과도 같다. ‘에고’를 빼고 ‘자연 상태의 나’를 관(觀)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숙달되어야 가능하다. ‘자연 호흡’이란 잠잘 때의 호흡과 유사하다. 그때는 의식은 없고 무의식만 있는 상태다. 이렇게 자아의식이 쉬는 상태에 자연 호흡으로 전환된다. 자아 의식은 ‘내가 있다’는 착각(치癡)을 바탕으로 갈애(탐貪)와 분심(진瞋)으로 나타난다.
수행 초기에는 이 같은 집착으로 상체에 긴장이 몰려 상기병이 오기도 하고, 또 무조건 오래 버티다 보니 허리와 고관절에 관절통을 앓기도 했다. 우리는 잘못된 교육 환경 탓에, 무조건 열심히 또는 맹목적으로 잘하려는 습관이 이미 들어있다. 긴장을 인위적으로 풀 때면, 그것과 동시에 몸을 지탱하던 풍대(風大)도 빠져 버려 좌선을 유지할 수 없거나 혼침으로 들어가 집중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수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자연’, 유지가 관건
사마타이건 위빠사나이건 자연 상태의 수행이 강조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마타의 경우, 몸에 힘이 빠져야 ‘자연 상태’로 돌아가고 자연 상태로 몸이 이완되어야 ‘몸의 정화’가 일어난다. 몸의 정화가 일어나면 ‘삼매’로 들어갈 수 있다. 위빠사나의 경우, 있는 그대로의 ‘오온’ 관찰을 목표로 한다. 자연 그대로의 ‘법(法)’을 보면, 그것의 본질인 ‘무상·고·무아’가 드러난다. 그런데 ‘오온’이 아니라 ‘오취온(五取蘊)’으로, ‘취착(取着)’이 개입된 상태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법의 현상을 볼 수가 없다.
‘힘 빼는’ 다양한 방법
‘힘을 빼던’ 아니면 ‘힘이 빠질 때까지’ 계속하던 수행을 반복하다 보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게 된다. (1)하늘에서 스스로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조감도 시점에서 바라본다. (2)바탕자리(허공)로 의식을 전환한다. 바탕자리의 큰 시점에서 나를 관조하면, 자의식이 작동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게 된다. 이에 자동으로 힘이 빠지고 자연 상태로 돌아간다.
또 자연 호흡 전환 방법은 다음과 같다. (1)호흡을 세는 수식관을, 호흡이 잠잠해질 때까지 한다. 호흡이 안정되면 집중점에 집중을 살포시 갖다 얹는다. (2)‘나는 잠을 자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한 마리 짐승의 숨소리처럼 새근새근 저절로 풀무질되는 가죽 푸대(몸)를 본다. 의식의 개입 없이 내버려 둔 자동적인 숨 상태이다. (3)들숨날숨의 전 과정(처음-중간-끝)을 놓치지 않고 관찰한다. 이렇게 숨의 전체를 보아도 바로 자연 호흡으로 전환된다.